경제가 어렵다곤 해도 운동, 여행 등 여가를 즐기는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뭐든 즐기는 덴 비용이 수반된다.
맨몸 달리기를 하더라도 괜찮은 러닝화 한 켤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예전과 달리 등산은 큰돈이 든다. 등산화와 모자, 스틱 등 필수장비에 기능성 등산복을 갖춰 입으면 100만원은 기본이다. 캠핑장비는 너무 다양하고 비싸서 계산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은 한적한 바닷가나 유원지 주차장에서 수억원대의 캠핑카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 지난해 외국여행을 다녀온 한국인이 인구의 절반을 넘는 2,870만명에 이른다. 꼭 돈 많은 부자라서 가는 것도 아니다. 대학생의 상당수는 아르바이트 등 자력으로 자금을 마련하거나, 용돈을 모아 떠난다. 직장인도 지출을 최대한 아껴서 여비를 마련한다니, 해외여행을 꼭 사치라고 눈총 줄 일만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여행은 또 다른 차원에서 ‘나’를 성숙시켜 준다. 밖에서 보면 조국이 정확히 보이고, 나를 떠나면 내 자신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 내 나라와, 내 동네와, 내 가족과,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싹트는 과정. 여행이 그런 경이로운 기회와 경험을 선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만 국내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90.1%였다.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한번 이상 여행한 것이다. 특히 1인당 평균 여행횟수가 5.9회에 달해 ‘여행의 일상화’를 통계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일치기가 아니라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숙박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숙박시설 1위는 펜션이고, 콘도미니엄과 호텔이 그 다음이다. 동해안 바닷가라면 어디에나 있었던 옛날식 민박집들은 이런 고급 시설에 밀려 찾는 손님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콘도나 호텔도 등급과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웬만한 모텔 정도의 가격에 투숙할 수 있는 콘도가 있는가 하면, 그 열배가 넘는 초고가 시설도 있다. 숙박시설의 가격 차이는 위치 및 시설과 서비스에서 비롯된다. 비싼 숙박시설일수록 직원이 많고 친절하며 서비스도 우수하다. 그만큼 직원교육이 잘 돼 있고, 급여도 좋으니 근무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싸구려 업소에 가서 고품격 대우와 서비스를 바라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광주광역시가 얼마 전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을 확정, 공고했다. <관련기사 1면> 
광주는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65%가 넘어 전국 지자체 중 최상위권에 든다.
이번 준칙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각 단지의 관리직원 수를 관리규약에 명문화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입주민 입장에서 관리비 절감은 최대 관심사다. 그렇다 보니 관리사무소에선 마른 수건도 쥐어짤 정도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간혹 관리주체 혹은 용역업체가 바뀌거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새로 들어서면서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손쉬운 방법으로 직원 수를 줄이기도 한다.
당장의 계약을 따내기 위한 꼼수이자 포퓰리즘적 정책이다. 한 명이 한 동을 청소하기도 힘든 마당에 두 배를 시키거나, 경비실에 혼자 근무하면서 휴게시간에도 택배를 받도록 하고, 기전기사를 줄여 사고위험을 높이면서 모든 책임을 관리사무소장 혼자서 떠안도록 만든다면 그 단지는 이미 관리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광주시의 준칙은 근시안적 정책에서 벗어나고, 관리의 질적 하락을 방지해 입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며, 관리종사자의 노동환경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도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업체의 교묘한 장난에 넘어가지 않도록 혜안을 가져야 한다.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진리 한마디.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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