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작곡이 아니라 연주다

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03> 김경렬l승인2019.03.06 14:08:32l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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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공동주택은 건설이라는 작곡과 관리라는 연주로 이뤄집니다. 아무리 좋은 곡도 훌륭한 연주자가 없으면 평범해지며, 연주는 장단고저강약(長短高低强弱)의 조화 속에서 이뤄집니다. 작곡은 주제인 멜로디와 편곡을 위한 기초 등 얼개를 만들지만 배치·배열·정돈·매만지기라는 편곡(Arrangement)을 거쳐야 완전해 집니다. 작곡과 편곡을 모두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1. 연주자는 작곡자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연주를 하려면 먼저 작곡자가 표현하려고 하는 곡의 의미와 쉼표와 짧은 숨표를 분석하고 구분해야 하며,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정해둬야 합니다. 연주를 하면서 주제가 되는 멜로디 못지않게 그를 꾸며주는 간주와 쉼표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시설물은 건설되면서 노후하기 시작합니다. 노후의 끝에 다다르면 엔트로피 상태가 되지요. 그러니 관리는 네거티브 엔트로피 활동입니다. 공동주택을 건설한 작곡가는 편곡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건물의 외벽이 4계절의 환경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5년에 한 번씩은 도색을 해 콘크리트 피복을 보호하도록 하고, 혈관과 같은 각종 배관은 15년마다 교체하도록 하며, 승강기도 안전을 위해 5년마다 로프를 교체하고 15년이 되면 승강기를 교체하는 편곡을 하도록 작곡해 놨습니다. 작곡가의 작곡의도를 어긴 연주는 이미 연주가 아닙니다.

2. 편곡은 새로운 작곡이다
음악에 있어 편곡(編曲)은 작품의 원형, 작곡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따라서 편곡자의 창의, 연구에만 의존하는 원곡의 변경은 하지 말아야합니다. 하지만 장기수선계획은 기존 시설물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유지·보수하기도 하고, 지역난방을 개별난방으로 바꾸거나 라인(지역)별 경비형태를 통합보안시스템으로 변경하거나 행위허가를 통해 용도와 규모를 변경하는 개량의 단계에 이르면 이는 단순한 편곡이 아닙니다. 부분적인 새로운 작곡이며 건설입니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는 편곡자의 관점이 아니라 작곡가의 마음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개량은 부품교환이 아니라 건설이므로 선택한 종류와 기능 및 수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3. 연주자의 연습부족은 입주민이 안다
녹음된 MR(Music Recorded)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감정과 표현에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루틴(Routine)은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틀(판)에 박힌 일, 상례적인, 진부한 일만 하는 것을 루틴화(定型化)라고 해 국가발전을 앞장서서 이끌어 갈 공무원이 루틴화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지자체는 관리에 관한 모든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인식하고 민원회피를 위해 일단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형화된 관리업무의 루틴을 지키지 못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장입니다. 관리업무는 정형화되고, 숙련되고, 정제된 업무인데 이를 현장에서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시행하지 못하니 박수보다 야유를 받는 것입니다. 관리의 기본은 루틴을 지키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며 기교를 부려서는 안 됩니다. 모르면 공부해야 하고, 알아도 다시 봐야 하며, 끊임없는 확인을 거쳐야 기본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다 안다고 생각하는 데자뷰 현상이 관리를 망칩니다. 단순히 법조문이 아니라 법리(法理)를 공부해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골프선수 벤 호건은 연습을 하루 쉬면 내가 알고, 이틀 쉬면 캐디가 알고, 사흘 쉬면 캘러리가 안다고 하며, 관리업무도 하루를 확인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건너뛰면 직원들이 알며, 사흘을 돌보지 않으면 입주민이 압니다. 지자체에서 감사할 때는 규정집을 펴 놓고 하니 그때그때 확인하면서 처리해야 합니다.

김경렬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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