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막바지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겨울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겨울은 지난해 동장군과 비교하면 예상치 못할 정도로 온화했다. 눈과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 가뭄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따뜻한 겨울은 연탄 한 장도 아껴야 하는 가난한 이들에겐 축복과도 같은 고마운 일이지만, 범상치 않은 일에는 반드시 반갑지 않은 부작용도 따르는 법, 우리는 이번 겨울에 가장 더러운 공기를 마셔야 했다. 추운 날엔 감기가 무서워 못 나가고, 따뜻한 날엔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 머물러야 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운 계절이었다.
게다가 우리를 피해간 찬 공기는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 불리는 하와이를 강타했다. 1년 365일 포근한 기후를 자랑하는 하와이에 지난달 중순 겨울 폭풍이 몰아치면서 강설량, 강풍, 최저기온의 역대기록이 모조리 깨지는 일이 벌어졌다. 최고등급 허리케인에 해당하는 시속 300㎞ 강풍이 불었고, 12m 높이의 무시무시한 파도가 쳤다. 서퍼가 숨지고, 나무와 전봇대가 뽑히고, 지붕이 날아갔다.
모두 알다시피 지구온난화 탓이다. 이 폭풍이 다음 겨울엔 한반도를 강타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겨울, 모스크바보다 추웠던 서울을 빗대 ‘서베리아’라고 불렀던 걸 생각하면 ‘극한날씨’가 분명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여름엔 ‘대프리카’가 있고, 겨울엔 ‘서베리아’가 출현하니,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극과 극의 날씨를 안방에 앉아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이런 기후는 없었다. 이것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공동주택 관리 분야만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따뜻한 겨울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리직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동파’기 때문이다. 화재나 정전사고는 예측하기 어렵고, 사전에 100% 예방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지만, 동파사고는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도 한파의 강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벌어지기 때문에 관리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더구나 물은 건축물의 피와 같아서 얼거나 터지면 모든 생활이 마비된다. 음식 조리를 할 수 없고, 씻지도 못하며, 화장실조차 이용할 수 없다. 특히 화재 대비에도 물이 필수이므로 소방펌프와 배관, 프리액션밸브류의 동파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극한겨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해빙스팀기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뛸 일이 없었으니 이제 그런 걱정은 벗을 만하다.
그러나 마냥 안심만 할 것도 아니다. 이제부턴 해빙기다. 날이 풀리면 언제 얼었는지도 모르는 배관이 터져 주변이 물바다로 변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올해엔 극히 드물겠지만, 축대와 옹벽, 비탈면 등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겨울이 가물었던 만큼 건조한 날씨로 인해 바싹 마른 나무와 풀들이 작은 불씨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산불의 위험성도 커졌다.
공동주택엔 수배관만 있는 게 아니다. 각 가정마다 연결돼 있는 가스배관 역시 날이 풀리면서 이음새가 헐거워져 가스가 샐 수 있다.
엄혹한 동장군의 기세가 꺾이고, 만물이 활짝 피어나는 봄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구리도, 병아리도, 강아지도 좋아한다. 관리현장 역시 해빙기 안전점검 포인트만 잘 관리해두면 몸과 마음의 해빙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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