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04>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프로크루스테스 침대(Procrustes bed)라는 신화의 이야기는 길이가 긴 침대와 짧은 두 개의 침대를 갖고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침대에, 키가 작은 사람은 큰 침대에 눕힌 다음 침대 길이보다 다리가 짧은 사람은 키를 늘려 죽이고 다리가 긴 사람은 침대 밖에 나온 다리를 잘라 죽인다는 고집스러운 괴물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의외로 이런 괴물이 많습니다.

1.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뜯어 고치거나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을 괴물이라고 한다면 아런 사람은 상대를 하지 않거나 잠깐 화를 내면 그만이지만 어떤 결정권자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갖다 놓고 우기면 말이 달라집니다. 괴물은 한 사람씩 죽이지만 잘못된 신념을 가진 자가 어떤 결정권을 갖게 되면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게르만 혈통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히틀러에게 입법권까지 위임하는 백지위임 헌법을 통과시켜 새로운 합법적 독재자가 됐고, 황제는 무치(無恥)라며 어떤 짓을 해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궤변이 통하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리업무에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이런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는 법에 정해진 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데 말이지요. 과연 누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제멋대로를 막을 수 있는 테세우스일까요? 침대의 원칙보다 더 강한 원칙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2. 프로크루스테스와 싸우는 방법
사람의 키는 침대와 길이가 같아야 한다는 자기의 원칙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고집스러운 생각을 가진 자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소신 있는 괴물이 됩니다. 그런데 괴물은 성공의 경험에서 만들어집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 마을의 주인이 아니라 지나가는 나그네, 다른 기준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자기원칙을 적용해 보니 먹히더라는 것이지요. 내 말만 들으라고 하며 규정을 알려주면 그건 규정이 잘못됐다는 대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수많은 관리소장들이 그 침대에서 죽어나갔는데 이를 바로잡을 테세우스는 어디에 있나요? 프로크루스테스에게 아니라고 말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테세우스는 필승의 자신감으로 싸운 것이 아닙니다.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싸운 것이지요. 적에게 실패를 경험하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단지의 관리권을 잃을지라도, 직장을 버릴 각오를 하고서라도 억지를 막아야 합니다. 법은 강요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처리한 잘못을 처벌합니다.

3. 관리업무에는 원칙을 고집하는 괴물이 필요하다
어떤 500가구 이하의 아파트에서 14년 동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드디어 입대의 회장을 내려놓고 입주민으로 돌아와서는 모든 업무에 대해 비리척결의 잣대를 들이댑니다. 자기의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며,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것인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대표를 그만 둔 상실감이 커지고 자신이 누렸던 여러 가지를 후임자가 갖는 것도 못마땅합니다. 관리사무소장과 직원들도 과거에 비해 인사도 달라지고, 명절 때도 선물 하나 안 주며, 단지의 어른이 갑자기 나그네가 된 기분입니다. 더구나 과거에 입대의 회장으로 받은 잘못된 혜택이 더욱 아쉬워지기도 하니 사사건건 시비를 겁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사람 때문에 후임자들이 잘못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법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만큼 강력한 원칙을 갖고 있으니 같이 죽지 않으려면 당장의 편안함을 버리고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사는 게 뭔지 참 힘들지만 때로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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