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갑질없는 세상 향하여 ⑥ 에필로그

 

신년특집 기획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와중에도 또다시 사건이 터졌다. 제주시 모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가 경비원 B씨에게 심각한 갑질을 행해 뉴스에 올랐다.(관련기사 2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입대의 회장 시절 B씨에게 “나를 왕으로 모시라”는 말을 하며 온갖 괴롭힘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를 견디며 일해 온 B씨는 결국 택배기사의 출입문제로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A씨가 B씨의 주장을 전면부인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최고급 아파트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차단기 옆으로 통과한 입주민이 차단기를 신속하게 올리지 않았다고 경비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한 일도 있었다. 경비원은 만사를 제쳐두고 오로지 그 오토바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만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한단 말인가. 만일 잠시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경비원은 훨씬 더 가혹한 갑질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도구를 가지고 하는 일’이나 ‘신체부위를 이용한 어떤 행위’ 또는 ‘어떤 직업이나 직책에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질’ 앞에 한자어 갑(甲)이 붙은 ‘갑질’은 우리 고유의 용어가 아니다. 적어도 20세기까진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학계에 따르면 ‘갑질’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 갑질은 주로 대기업 임원이나 권력자들이 상대적 약자에게 가하는 횡포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그러던 것이 불과 수년 새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상용어가 됐다. 그만큼 흔한 일이 된 것이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갑질은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처방전을 들어본다.


소수의 잘못된 인식, 근원부터 바로잡아야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황장전 회장
관리사무소장부터 경비, 미화원에 이르기까지 관리종사자들은 입주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본분을 다하고 있다.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관리직원의 존재를 높게 인식하며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고 생활한다. 그러나 소수의 잘못된 의식이 종사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직원들을 종이나 노예쯤으로 여기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그릇된 생각을 근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여기엔 일부 언론의 잘못된 시각도 한몫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잘못을 주민대표나 관리주체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보도행태가 관리업무에 대한 일반 주민의 불신을 확대 자극한다.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이해가 깊은 언론이 거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협회는 과거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이런 왜곡보도가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 관리법령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주택관리사법을 제정함으로써 관리종사자의 인권 및 노동권 옹호와 입주민 주거생활 향상에도 앞장설 것이다.


신고자 보호,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 한국주택관리연구원 하성규 원장
입주민과 근로자 간의 인식을 개선하고 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 활성화 운동’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 및 캠페인이 확대 발전해야 한다. 또 관리종사자에 대한 부당간섭, 부당지시, 폭언, 폭행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 고용환경 개선, 주택관리사법 제정 등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상 부당간섭 및 부당지시 금지조문은 실효성이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또 고용상의 불이익 등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따지거나 신고하지 못하는 실정을 감안해 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관리직원 처우개선 운동 전개할 것

■ 전국아파트연합회 박인규 공동대표
최근 일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폭언 폭행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입주민은 주인이고, 관리종사자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란 생각으로 입주민 권익만 우선시하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되는 것 같다. 새롭게 출범하는 전아연은 ‘더불어 사는 행복한 아파트’란 슬로건 아래 관리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직원도 아파트 주체 중 하나란 인식을 갖고 휴게공간 개선, 서로 인사하기, 무리한 감원 자제하기, 장학기금 마련, 우수직원 표창 및 사례전파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관리종사자와 함께하는 공간이란 점을 모든 입주민이 인식하도록 노력하겠다.

사회문제 부각-긍정적 변화의 과정
 

■ 한국주택관리협회 노병용 회장
갑질문제는 과거에 없던 것이 생겨났다기보다는 과거부터 있었던 일들이 시대변화에 따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만 열악한 상황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아파트 근로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문제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일탈로 인해 다수 선량한 입주민이나 동대표가 피해를 봐선 안 된다. 이는 대립 감정이 조장되기 쉽고, 입대의 활동을 기피하게 만들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배려와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는 운동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캠페인, 교육 등-느리지만 분명한 변화 기대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선임연구위원
법에 부당지시 금지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위반 시 제재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경비원은 부당한 횡포를 당해도 생계문제로 참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현실 법과 제도의 한계다. 해법 모색에서 법제도 개선 못잖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 인식 개선이다. 올바른 의식전환에 힘을 모아야 한다.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피해사례 등을 수집해 여론을 환기하며, 동시에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나 지자체가 앞장서 관련 교육을 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관점은 다양해도 해법은 ‘제도와 의식의 개선’

어떤 용어가 태어나면 그 전엔 드물었던 행태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건’이란 말을 접하니 채식주의자가 늘고, 녹색주의(Greenism) 덕분에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혹시 ‘갑질’이란 말 때문에 갑질이 더 유행하는 건 아닐까…. 전문가들의 관점은 다양하지만 처방은 비슷했다. 무엇보다 ‘입주민 의식 변화’가 최우선이란 것이다. 의식을 바꾸기 위해선 캠페인도 필요하고, 좋은 운동도 벌여야 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다. 
어떤 관리직원이 말했다. “이젠 ‘갑질’이란 말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갑질행위와 함께 갑질이란 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되길 빈다.
신년특집부터 ‘갑질’이란 말을 무한반복해 독자 여러분께 송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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