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태가 고왔다
모난 곳 없이 둥근 몸 
탱탱한 속살에 
사치스럽지 않게 붉었었다
높게 매달려 바람을 휘저을 때
등불 같이 환해서
고독하거나 외롭지도 않았다

껍질 벗은 붉은 속살로
처마 끝에 매달려 
단내를 풍기며 이름을 털어낼 때
어줍어줍 슬픈 건지 섧은 건지
차라리 편한 건지
이슬 같은 눈물이 돌기도 했다

커다란 꽃받침에 업혀
피고 지고 익어가던 시간들이
한줄기 펄럭였던 바람임을 알 때쯤 
절로 배어 나오는 단맛에
쫀득해진 이름이
나쁘지 않다   

그래 좋다.

 


김정서
•본명: 김복순, 경북 경주 출생
•문학저널 신인상 수상, 문학저널 문인회 , 한국문인협회 회원
•공저 ‘내 앞에 열린 아침’, 시집 ‘대추꽃을 보셨나요’ ‘다시 봄뜻으로’ 출간
•제4회 주택관리사, 현직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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