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에도 스프링클러 ‘깜깜’…책임 여부 법정공방

인천지법 마근화 기자l승인2019.01.30 11:23:08l1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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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건물인 인천 연수구 A아파트. 지난 2016년 6월 19일 오후 1시 50분경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학원 차량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18대의 차량이 소실됐고 한 개동은 전체가 단전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소방대원을 비롯한 95명의 인원이 화재진압활동에 동원될 정도로 화재규모가 컸는데 이는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를 더욱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소방설비의 소방부하에 전원공급이 중단되는 경우에는 비상발전기가 자동으로 작동돼 전기가 공급돼야 함에도 소방부하에 전원공급이 중단되는지와 무관하게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정전되는 경우(한전으로부터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경우)에만 비상전원이 공급되게 시공돼 있어 화재사고 당시 소방부하와 연결돼 있던 일반부하가 차단되고 이에 따라 주차단기가 차단됨으로써 소방부하에 전기공급이 중단됐는데도 비상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한 입주민 등 590여 명은 아파트 시공사인 B사와 위탁관리업체 C사에 대해 화재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그 결과 최근 인천지방법원 민사16부(재판장 이관형 부장판사)는 B사의 시공상 과실과 C위탁사의 유지·관리상 잘못을 인정해 차량손해, 숙박비(단전 1개동 입주민 1일에 한해 인정), 치료비, 위자료(단전 1개동 입주민) 등을 원고 입주민 등에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옥내소화전설비 및 스프링클러설비의 경우 일반부하가 차단되는 경우에 소방부하에 전원 공급이 차단돼 ‘상용전원의 상시공급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럴 경우 전력용 변압기 2차측의 주차단기 1차측에서 분기해 전용배선으로 상용전원회로의 배선을 설치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안전기준에 위배되게 주차단기 2차측에서 분기해 전용배선으로 상용전원회로의 배선이 설치됐다”며 B사의 시공상 잘못을 인정했다.  
아울러 “화재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 아파트 소방설비는 상용전원으로부터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경우에도 자가발전설비가 ‘자동’으로 옥내소화전설비 또는 스프링클러설비에 전력을 공급해 유효하게 20분 이상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설계도면상 10㎜ 두께의 뿜칠로 마무리하도록 돼 있는데 B사가 실제로 시공한 뿜칠의 두께는 5㎜에 불과하다”면서 “설계도면에 따르지 않고 불연재료를 부족하게 사용해 마감공사를 한 과실이 있다”며 지하주차장 천장의 시공상 과실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화재사고 후 입주민들이 C위탁사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고소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C위탁사의 유지·관리상 과실로 화재사고가 확대됐다고 봤다. 
C위탁사는 소방시설법 제9조 제1항에 의거, 특정소방대상물인 아파트 관계인으로서 옥내소화전설비 및 스프링클러설비를 안전기준에 맞게 유지·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안전교육을 통해 옥내소화전설비 및 스프링클러설비가 안전기준에 위배돼 설치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안전기준에 맞게 바로잡도록 해야 했음에도 위반된 상태로 소화설비를 방치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시공사인 B사가 안전기준에 어긋나는 설비를 설치한 잘못이 있다고 해서 C위탁사가 관리자로서 안전기준에 부합한 상태로 유지·관리해야 할 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또한 C위탁사가 화재수신반과 스프링클러를 연동해두지 않음으로써 화재사고 발생 시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아 화재사고 피해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위탁사는 아파트 소방설비의 시공상 하자로 인해 화재 당시 소방설비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았다며 스프링클러가 연동돼 있었더라도 어차피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화재 발생 시 소방설비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로 그 회로를 유지·관리한 것은 B사의 시공상 과실과는 별개인 C위탁사의 잘못이라며 화재 시 전원 공급이 어려운 상태로 설비를 유지한 잘못을 이유로 다른 과실(연동 중지)이 화재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아파트 소방시설의 오작동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연동을 중지시켰다는 C위탁사의 해명에 대해서도 “화재사고 발생 무렵까지도 오작동이 계속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오작동의 원인은 설비의 결함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화재수신반에 이물질이 묻거나 입주민들의 입주 공사 과정에서 단선이 발생하는 등의 원인에도 기인하는데 이는 C위탁사가 적절히 시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C위탁사 직원이 화재사고 발생 후 화재수신반과 스프링클러를 연동정지 상태로 유지·관리한 것 등과 관련해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점 등에 비춰 보면 C위탁사는 시공회사 등에 소방시설 오작동에 대해 더욱 강하게 시정을 요구했어야 했다”며 “오작동 사실만으로는 입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스프링클러의 자동 작동에 필요한 화재수신반과의 연동을 중지시킨 C위탁사에게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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