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런 꿈

정채경l승인2019.01.30 10:24:02l1108호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두바이 석유왕자가 되어
매일 열두 시간 동안 똑같은 꿈을 꾼다
황금자동차와 전용비행기는 
지도 속을 누비며 비즈니스를 펼친다

지도책에서도 볼 수 없는 시베리아 횡단 풍경에
깊숙이 황금 손을 펼쳐 광대한 불모지에 감쪽같이 철도를 깔아 
차창 밖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나무들과 
그 사이로 비쳐드는 오후의 눈부신 햇살을 즐긴다
더없이 푸르고 따스한 바이칼 호수를 눈앞에 두고
열차로 달리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두려울 뿐

매일 열두 시간씩 똑같은 꿈을 꾼다
커피 값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며 카페에서 호프집에서 
칸칸이 빼곡하게 들어선 고시원 방을 찾아
몸을 누인다 꽃다운 시간 설레는 상춘객 한 번 못해보고
결혼이란 꽃밭에 하늘의 별자리 수놓고 싶지만 
불행에 빠져드는 것이 겁이 나
변덕스런 환영에 잠드는 것이 두려울 뿐

매일 꿈 같은 여행을 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따뜻한 수프를 먹을 수 있기를 
바다를 향해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오를 수 있기를 
벽난로가 있고 붉은 식탁보가 놓인 숙소에 짐을 풀고
따뜻한 피로를 느끼며 꿈속에 빠져들기를 바라는 것처럼

열두 시간 씩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꾸는 억만장자
억만장자가 된 알바생만큼 그는 행복할까?

정채경  kslee@hapt.co.kr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한국아파트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2-727)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3동 222-8 코오롱빌란트2차 705호 (주)한국아파트신문
대표전화 : (02)884-5445  |  팩스 : (02)884-5995  |  등록번호 : 공보 다 04289  |  발행인 : 황용순  |  편집인 : 이경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석
Copyright © 2002~2019 (주)한국아파트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