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고사성어 ‘갈이천정’의 의미는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는 비유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으며 신화·전설·역사·고전·문학 작품에 근거를 두고 교훈·비유·상징어 등으로 사용돼 일상생활에 있어 매우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2019년 새해에 필자가 갈이천정이라는 고사성어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서울의 경우 주택가격이 폭등해 서민주거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면 다양한 규제수단을 동원해 가격안정을 도모한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폭락하거나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 다양한 경기부양책이나 규제완화 수단을 강구한다. 
주택은 국민의 생활안정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1997년 IMF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한국의 주택시장은 큰 파동이 있었고 주택가격폭락을 경험했다. 이후 주택가격이 다시 폭등하는 등 주택시장은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불안정성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 주택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정부나 개인이 스스로 미래를 위한 주거안정을 위한 노력과 준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즉 갈이천정식의 접근은 항상 부작용과 문제점을 동반하게 된다. 목이 말라 샘을 파는 꼴이 아닌 미리 미리 주거안정을 위한 준비는 미래 전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미리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4차 혁명과 연관된 사항이다. 오랜 세월 동안 단순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이 컴퓨터나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발달하고 이것을 장착한 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다. AI란 컴퓨터에서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판단하며 논리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인간지능을 본 딴 고급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면 주택관련 컨설팅이나 주택시장분석, 주택관리 등의 분야에는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주택 관련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가격변동요인정보를 해석하고 향후 경향을 예측하게 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해 구글(Google)이 개발한 부동산 가격예측모형이 미국부동산협회의 예측보다 월등하게 정확하다고 알려졌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부동산 중개 및 주택 컨설팅 등의 일자리는 가장 위협받는 영역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발달로 주택관리사를 능가하는 주택관리업무, 회계업무 등 다양한 주택관리서비스 업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AI를 통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 주택산업이 번성하고 주택 관련 산업에 일자리가 증대하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AI의 발달로 신속하고 정확하며 미래예측 능력까지 정밀하게 이뤄진다면 주택분야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國政)의 제1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개요를 보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4개 부처를 포함한 범정부적인 일자리 정책 집중관리 등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자 한다. 노동시간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에 성차별과 격차를 줄이며, 일자리 질을 높여나가는 데 있어 정부가 모범적으로 앞장서고자 한다. 기업과 노동자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분담으로 현장에서 추진하는 것을 정부가 뒷받침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경제지표는 일자리, 고용, 분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신년 여론조사 결과들이 공개됐다.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분야가 경제다. 그중에서 일자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을 정부의 가장 큰 잘못으로 꼽았다.
당장 일자리가 급속히 창출되지 못해 다양한 비판이 쏟아지지만 먼 장래를 내다보면 더욱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일자리 창출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갈이천정’ 고사성어가 주는 시사점을 깊이 새기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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