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거리를 걷다

이채영l승인2019.01.02 13:43:41l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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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징동루 보행자 거리

상하이의 길(道)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때론 과거였다가, 때론 미래가 된다. 고작 한 모퉁이를 돌았을 뿐인데 1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곤 한다. 같은 길도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풍경이 다르다. 

 

찬란하고 쓸쓸한… 올드 상하이’

조그만 어촌마을에 불과하던 상하이는 서구 열강의 조계지가 되면서 변혁의 시간을 겪게 된다. 상하이는 서구 열강의 맛있는 먹잇감이었고 식민지 진출의 전초기지였다. 급격하게 유입된 서양 문화와 자본은 상하이를 모험과 기회의 땅으로 만들었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지배하지 못한 무국적의 땅. 1930년대 상하이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의 꿈과 욕망이 한데 뒤섞여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였다. 흔히 말하는 ‘올드 상하이’가 바로 이 시기다.
중산둥이루(中山东一路)를 따라 남쪽으로 1.5㎞에 걸쳐 이어지는 와이탄(外灘)은 올드 상하이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길을 따라 늘어선 웅장하고 화려한 유럽식 건물들은 모두 이곳을 조차했던 열강들이 지은 것이다. 

▲ 외백도교에서 본 푸동과 인민영웅기념탑

와이탄에서 황푸강(黃浦江)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면 인민영웅기념비(人民英雄纪念塔)가 나타난다.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과정에서 사망한 영웅들을 기리는 추모비다. 기념비 아래 황푸 공원(黃浦公园)은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유럽식 화원이자 중국 최초의 공원이다. 이곳에는 한때 ‘개와 중국인은 출입 금지(狗与华人不进入内)’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고 알려졌는데, 최근 발견된 조례에 따르면 백인과 백인을 모시는 중국인, 서양식 복식을 갖춘 인도인과 일본인만이 입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문에 과장이 더해지긴 했지만  중국인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던 셈이다. 

▲ 외백도교

와이탄의 북단에는 외백도교(外白渡桥)가 있다. 이곳의 건축 배경 또한 황푸 공원 못지않게 굴욕적이다. 1964년 영국인 웨일스(Wales)가 이곳에 다리를 짓고 중국인에게만 통행료를 징수하자 상하이 공부국(공동조계의 행정기관)이 중국인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설치한 것이 시초기 때문이다. 지금의 외백도교는 1907년 강철로 다시 지은 것이다. 

▲ 와이탄에서 본 푸동 야경

‘단돈 2위안이면 과거에서 미래로….’
 
와이탄 남쪽에는 푸둥(浦东)으로 건너갈 수 있는 페리 선착장이 있다. 단돈 2위안으로 100년을 뛰어넘기라도 한 것처럼 배를 타고 내릴 때의 풍경이 다르다. 창밖으로 푸둥을 바라보면 상하이의 미래가 보인다. 
푸둥은 서구 열강에 의해 만들어진 와이탄과 달리 중국인 스스로 만든 기회의 땅이다. 이곳은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영화 ‘그녀(Her, 2013)’의 촬영지기도 하다. 작품 속 화려한 미래도시의 실체가 상하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등장하는 원형 육교는 동방명주(东方明珠)와 IFC몰 등을 연결하며 길게 이어진다. 거대한 구슬을 꿰어놓은 듯한 동방명주는 상하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계속해서 그 기록을 경신하지만 그 어느 것도 동방명주만큼의 임팩트는 없다.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이 솟은 마천루는 낮에도 멋있지만, 밤이 되면 더욱더 화려해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좋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봐도 좋다. 상하이의 4대 마천루로 불리는 동방명주, 금무대하(金茂大厦), 상하이 세계금융센터(SWFC), 상하이타워(上海中心大厦)에서 전망대를 운영한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118층의 상하이 타워다. 

▲ 프랑스 조계지
▲ 신티엔디

‘프랑스와 중국, 그 사이 어딘가’

조계지는 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이다. 서구열강의 각축장이었던 상하이에는 각국의 조계지가 곳곳에 있다. 프랑스 조계지는 말 그대로 프랑스인이 거주하던 곳으로, 상하이시 내에 굉장히 넓은 구역에 퍼져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은 신티엔디(新天地)다. 신티엔디는 1999년 홍콩의 루이안 그룹이 투자해 타이캉루(太仓路)와 싱예루(兴业路) 일대의 19세기 스쿠먼 가옥(石库门)을 현대에 맞게 리모델링한 퓨전 스타일의 쇼핑 단지로, 상하이에서 가장 젊은 거리로 손꼽힌다. 이국적인 펍과 레스토랑, 노천 카페가 어우러진 풍경은 프랑스도, 중국도 아닌 묘한 분위기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新天地)’이다. 많이 알려진 만큼 북적거림도 남다르다. 인파가 몰리다 못해 발 디딜 틈이 없다. 신천지의 소란스러움이 싫다면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된다.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북적북적한 헝산루(衡山路)는 커피 한잔하며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멋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골목 곳곳에 숨어있어서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프랑스 조계지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마당루 후미진 골목에 1926년 7월부터 1932년 4월까지 임시 정부가 머물던 유적지가 남아있다. ‘마당로 청사’로 불리는 3층짜리 벽돌 건물에는 김구 선생이 즐겨보던 서적과 자료, 집무실 등이 전시돼 있다. 1층에는 회의실과 주방, 2층에는 집무실과 침실이 있다. 3층은 숙소와 임시정부의 활동 모습, 주요 인사들의 사진과 관련 자료가 보관된 전시실이다. 

▲ 난징동루 보행자 거리

명불허전, 상하이 제 1의 번화가’

상하이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는 단연 ‘난징둥루보행가(南京东路步行街)’다. 가장 화려하고, 가장 북적인다. 서울에 명동이 있다면 상하이에는 난징둥루(난징동루)가 있다. 19세기 초부터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점포들은 거대한 쇼핑거리를 이뤘다. 상하이의 상업과 패션의 중심인 난징동루에는 수많은 호텔과 대형 쇼핑몰, 레스토랑이 빼곡하게 모여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명품은 물론이고 웬만한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다 들어와있는 것만 같다. 상하이 최고의 번화가답게 난징둥루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인다. 보행자 전용 거리라 차가 다니지 못하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밤이 깊어도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 거리는 대낮처럼 환하다. 

여행정보
•항 공 : 상하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 출발해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도시다. 시차는 1시간.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국내의 대부분 공항에서 직항편을 운영한다. 
•비 자 :  중국에 가려면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서울스퀘어, 남산스퀘어, 부산, 광주, 제주)에서 직접 발급받을 수 있다. www.visaforchina.org 
•대한민국임시정부유적지(大韓民國臨時政府)  
 - 주소 上海市黄浦区马当路306弄4号
 - 관람시간 매일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 20위안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 http://chaey.net)

이채영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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