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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 열  주택관리사
인천 산곡한양7차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감정노동자는 고객의 감정 만족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희생해가면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관리사무소 종사자는 관리사무소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민이 부당한 언행을 해도 이를 참아가며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일을 할 때 감정 노동자가 된다. 감정이란 내가 겪는 일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하는 지표다. 즉 감정은 자극에 대한 평가 및 반응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생존에 필요한 기능은 보존 강화됐고 필요 없는 기능은 도태됐는데,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감정이다. 
생존이 위협받게 되면 감정의 결정에 따라 즉각 필사적으로 반응한다. 
그 반응에는 맞대응하기, 피하기, 가만히 있기 등 세 가지가 있다. 
감정노동은 이 중 가만히 있기에 가장 가깝다. 
마음속으로는 맞대응하거나 피하고 싶지만 맡은 일의 성격상 가만히 있기가 가장 적절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장 어렵다. 
인간의 뇌는 안쪽 부위로 들어갈수록 동물적 본능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바깥쪽 부위에 가까울수록 후천적이고 해석이 필요한 일을 한다. 태아가 성장할 때 뇌는 내부중심부터 생겨나서 커가면서 외부로 발달한다. 생존과 즉결되는 부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뇌는 안쪽에 있고 생존과 즉결되지 않는 긍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뇌는 바깥쪽에 있다. 
불만이 있어 항의하려고 관리사무소에 찾아오는 입주민은 피해의식을 갖고 따지러  오는 것이기에 그의 뇌는 동물적 본능과 관련 있는 뇌의 안쪽 부위가 작동하고 있다. 이 입주민은 동물에 가까운 상태에서 오는 것이다. 
인간이 생존과 연관된 감정에 휩쓸리면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정보들이 개인적 의미로 치환되면서 왜곡된다. 모든 것이 부정적 의미에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가 이런 입주자의 자극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우리도 똑같이 동물적 뇌가 작동하게 된다. 입주자에게 맞대응하거나 자리를 피하고 싶어도 억지로 참고 가만히 있으려니 이런 고역도 없고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이 스트레스가 심하면 ‘적응장애’라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다. 
감정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그러나 이 감정을 적절히 사용해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감정조절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며 감정조절능력을 얻으려면 결단, 집중, 성실성이 필요하다.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감정조절능력을 얻기 위해 우리 각자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감정조절 - 권혜경/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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