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오래전 얘기 같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반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북핵실험이 연이어 성공하고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이 현실화하자, 미국이 응징을 다짐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특유의 고압적 화법으로 김정은을 조롱하거나 공격했고, 김정은 역시 야멸차게 대응하면서 두 정상의 감정싸움까지 격화됐다. 전 세계가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는 가운데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불안과 혼란은 2018년이 밝으면서 기적적으로 전환됐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성사됐다. 정상회담-비핵화-종전선언-평화협정의 역사적 변곡점은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리면서도 여기저기서 새 나오는 파열음 때문에 아직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는 두 정상과 함께 이를 중재하는 한국 대통령의 역할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
국제무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지난해 정부의 국내 정책 중 혼란을 일으킨 건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된 탈락 후보와 정당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친다고 맹공을 퍼붓는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지지율이 가장 먼저 빠지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소득주도성장론’을 급진적 친노동 아마추어리즘이라 비난하고, 다른 쪽에선 ‘처음 약속과 달리 개혁이 미진하다’고 비판하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졌다.
최저임금 논란의 여파는 공동주택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딱 그만큼만 받는 경비원 미화원 등에게 큰 인상의 열매가 돌아가겠지만, 이로 인해 많은 이가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현명했다. 당장 지출을 아끼기 위해 직원들을 내쫓는 대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아량을 보여줬다. 경비원들도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는 양보로 적정선의 타협을 이뤄냈다. 과거의 모습을 생각하면 북미관계의 전환만큼이나 놀라운 변화였다.
하지만 올해도 최저임금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7,530원. 올해는 8,350원. 현 정부에서 1만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대선 당시부터 국민 다수가 최저임금 1만원을 지지해 온 건 확실하다. 2017년 4월 우리리서치의 조사결과 찬성(66.2%)이 반대(26.6%)를 압도했고, 대선 이후 이뤄진 2018년 최저임금 16.4%의 인상률에 대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도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개선돼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는 대답이 58.1%나 됐다. ‘기업 운영이 어려워져 경제가 나빠질 것이다’는 응답은 35.3%에 그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63.6%로 부정 평가 32.4%의 두 배에 달했다.
이전 정부는 부동산에 기댄 부양책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금리 인하, 대출 완화에 재건축 규제도 풀었다. 또 낙수효과를 노리는 친 대기업 정책이 주를 이뤘다.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다. 경제정책의 과실이 대부분 부자와 대기업에게 돌아가며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강화됐다.
지금 정부의 정책기조는 모두가 아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소비자기도 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그중 하나의 수단이다.
이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금으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떤 게 옳은지도 논하기 어렵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깨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IMF로 중산층이 붕괴된 이후, 수십 년간 강자와 부자의 논리만 판치는 정글의 법칙이 더욱 심화돼 왔다.
기본적인 최저임금이 후퇴해 버리면 남은 선택지는 다시 이전 정부 경제체제로의 회귀밖에 없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영세업체의 도산을 막으면서, 노동자의 소득을 증대시켜야 하는 엄청난 책무를 짊어졌고, 국민은 당장의 고통을 감내하는 인내력이 필요한 때다.
올해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 공동주택에서 먼저 나타나길 기대한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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