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A아파트 입주민 “무법천지 아파트 바로잡아 달라” 울분

총 2,000가구에 달하는 서울 도봉구의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회장을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선출, 관할관청의 시정명령에도 불응해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게 됐다. 
관할관청은 최근 입대의에 보낸 공문을 통해 “A아파트 입대의를 대상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 따라 입대의 회장 및 감사를 선출토록 시정명령을 했으나, 입대의에서 불이행해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입대의 측이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관할관청은 예정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A아파트 입대의는 회장 직무대행 체제였다. 총무이사였던 B씨가 회장 직무대행자가 된 것은 C씨가 회장 업무 수행에 따른 위압감으로 인한 건강문제로 사퇴했기 때문. 이에 직선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해야 함에도 B씨는 긴급임시회의를 소집해 간선제를 강행, 회장으로 선출됐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의하면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에서는 회장과 감사의 후보자가 없거나, 선거 후 선출된 사람이 없는 경우에 한해 입대의에서 간선제로 회장과 감사를 선출할 수 있다. 엄연한 위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B씨가 회장 직무 ‘대행’이 아닌 회장 직무를 수행하자 B씨에 대한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출됐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3일 화해조서를 통해 “직선제로 신임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B씨는 회장 직무대행의 역할만 수행하고 회장 자격으로의 권한은 행사하지 않는다”고 조정했다. 
관할관청은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도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다. 선관위 회의 개최에 대해 관리규약에 따라(공고일 5일 준수) 개최하도록 시정명령을 했으나 선관위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 측은 “관리규약에 긴급한 경우에는 회의 개최일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 선관위의 긴급회의는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입대의의 성원 미달로 인해 아파트 업무가 마비돼 즉시 보궐선거를 시행해야 하는 긴급사정이 발생해 회의는 적법하게 소집됐다”고 주장했다.   
관할관청의 선관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의 정당성 여부는 선관위 측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한편 B씨는 선관위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들을 해촉했으며, 새로운 선관위를 구성했다.  

“과도한 업무 간섭에 일할 수 없어”
관리소장 비롯한 직원들 잇따라 퇴사 

2017년 4월부터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했던 D씨는 관리업무에 대한 B씨의 부당 간섭과 위탁관리업체에 퇴사 종용 등으로 지난 7월경 퇴사했다. D소장은 “B씨가 소모품 하나까지 참견했으며, 특정업체를 지정하는 등 지나친 업무간섭으로 더는 버틸 수 없었고, 특히 결재를 해주지 않아 업무를 제대로 집행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공동주택 관리제도의 구조상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모두 관리소장에게 전가될 게 불 보듯 뻔한 데다 욕설과 막말까지 일삼는 갑질에 단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후임 소장 역시 견디지 못하고 약 3개월 만에 퇴사했으며 이후 지난 10월 말경 부임한 현 소장도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관리과장(여)도 그만 뒀다. 업무 간섭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은 관리과장은 지난 10월 제출한 사직서를 통해 사직사유를 “회장 직무대행자가 회장 공석 이후의 전체 직원 9월 급여 미지급 및 관리주체에 대한 업무방해 등의 사유로 인해 더 이상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아파트 한 관계자는 “지난 9월분 직원들급여를 B씨의 결재 거부로 지급하지 못해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채 명절을 보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전과장도 그 사이 2명이 퇴사했다. 

업무방해죄,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죄 등 
300만원 벌금형 선고…항소심 진행 중

A아파트는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B씨는 80세가 넘은 선관위원장을 폭행,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불복, 현재 정식재판이 진행 중이다.     
B씨는 ‘업무방해죄’와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 10월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B씨의 판결 불복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 첫 공판기일이 예정됐으나 B씨가 기일연기를 신청함에 따라 오는 1월 15일로 공판기일이 변경된 상태다. 
1심 판결문에 의하면 B씨는 2017년 3월경 관리사무소 2층 소회의실에서 입대의 회의를 하던 중 공사업체 선정방법에 불만을 품고 갑자기 동대표들이 업체 선정을 위해 작성한 채점표를 들고 가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게 해 위력으로 회의 및 업체 선정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해 5월 23일경 입대의실에서 도장공사와 관련한 낙찰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동대표들과 관리직원들이 개찰회의를 하던 중 ‘입대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업체 선정 개찰회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입찰 관련 서류 봉투 2개를 빼앗아 가 개찰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입대의 임원들의 공사업체 선정업무를 방해했다. 
모 아파트 상가동 소유자이기도 한 B씨는 2016년 11월경부터 상가동 뒤편 주차장에 컨테이너(18㎡)를 증축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았고, 관할관청이 공동주택관리법 제94조에 따라 3회에 걸쳐 원상 복구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불이행해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죄도 적용됐다.  

회장 직무대행자 업무범위는 어디까지?

일부 입주민은 관할관청의 답변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회장이 아닌 자가 입대의 정기회의를 주관, 의결할 수 없는 안건을 의결한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관할관청이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는 것이다.  
관할관청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4조 제2항에서 이사는 회장의 부득이한 사유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관리규약상 대행자는 회장의 모든 업무를 대행하되 신규 및 재계약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신규 및 재계약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해당 안건이 신규, 재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공동주택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회신했다. B씨가 정기회의에서 의결한 안건은 ▲경비원 구조조정 ▲경비업체 계약연장 용역비 지급 ▲경비업체 선정 입찰공고 ▲장기수선계획 조정 ▲건축물 정밀점검업체 선정 ▲회장과 감사 간선제 선출 재심의 요청(부결) 등이다. 
다행히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직선제를 통한 회장 선거가 진행됐다. 한 입주민은 “대다수 입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아파트가 병들고 있다”며 “법도 상식도 없는 무법천지 아파트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관리사무소를 통해 B씨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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