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관할관청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를 실시하라고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선관위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선관위 위원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모 아파트 선관위 위원장 A씨에 대해 ‘과태료에 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해당 아파트는 입대의 구성원들의 임기가 종료하자 12명이 차기 동대표 후보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선관위원 4명이 사퇴함에 따라 예정됐던 선거가 연기됐다. 
이후 A씨를 위원장으로 한 선관위가 구성됐고, A씨는 입대의 구성원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업무방해, 상해 등에 관한 형사절차가 종료할 때까지 선거를 연기한다고 공고했다. 그러자 동대표 후보자 등이 관할관청에 선관위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의 구성원 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관할관청은 몇 차례에 걸쳐 A씨에게 입대의 구성원 선거를 실시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A씨가 선거를 실시하지 않자 관할관청은 A씨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고, A씨의 거듭된 이의 제기로 1심 법원은 150만원으로 과태료를 감액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관할관청이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에 따라 아파트 선관위에 대해 할 수 있는 명령에 아파트 입대의 구성원 선거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명령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에서는 지자체장은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화와 입주자 등의 보호를 위해 입주자 등, 입대의나 그 구성원, 관리주체, 관리사무소장 또는 선관위나 그 위원 등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이나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관리사무소 등에 출입해 공동주택의 시설·장부·서류 등을 조사 또는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의 문언상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은 ‘보고’ 또는 ‘자료의 제출’에 뒤이어 규정돼 있는 바, 이 조항에 의해 관할관청에게 부여된 권한의 대표적인 예시가 ‘보고’ 또는 ‘자료의 제출’이므로, 그와 병렬적으로 규정돼 있는 ‘그 밖에 필요한 명령’에 근거한 권한 범위는 그와 유사한 정도의 정보제공 등에 관한 것에 그친다”고 해석했다.  
즉 입대의 구성원 선거 실시 자체를 명령하는 것은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의무의 내용이나 정도가 ‘보고’ 또는 ‘자료 제출’의 수준을 현저하게 넘어서는 것으로 입대의 구성원 선거 실시 자체를 명령하는 것까지 행정청의 권한 범위로 포섭하고자 한다면, 그 예시로 ‘보고’ 또는 ‘자료의 제출’만을 규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입대의 구성원 선거 실시 자체도 명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99조 제7호의 벌칙 조항과 제102조 제2항 제7호 과태료 조항을 보더라도 동법 제93조 제1항이 상정하고 있는 처분의 내용 및 처분상대방의 의무는 정보제공 등에 관련된 것으로 국한해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99조 제7호는 ‘제92조 제1항 또는 제93조 제1항·제3항·제4항에 따른 조사 또는 검사나 감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동법 제102조 제2항 제7호는 ‘제93조 제1항에 따른 보고 또는 자료 제출 등의 명령을 위반한 자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만약 동법 제93조 제1항의 ‘그밖에 필요한 명령’으로서 입대의 구성 및 의결과 관련된 일체의 명령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입대의 구성의 적법 여부 등에 관한 조사·검사·감사를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임에도 입대의 선거 실시 자체를 명하는 명령이나 특정인을 입주자대표로 인정하라는 명령을 위반하더라도 이는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며 “제93조 제1항에 근거한 처분에 입대의 구성원 선거 실시 자체를 명하는 명령 등까지 포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동대표 선출이나 임기 등과 관련해 분쟁이 있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입주민들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고, 관할행정청이 강제력 없는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른 입법이 없는 한 제93조 제1항만을 근거로 포괄적인 행정처분 권한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가 입대의 선거를 실시하지 않은 데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동대표 후보였던 B씨가 지난해 11월경 관리사무소장을 폭행해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고 그대로 확정된 점 ▲또 다른 후보 C씨는 올해 6월경 업무방해죄 및 상해죄로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는 것.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범죄행위는 입대의 선거 전에 이뤄진 것으로 입대의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며 “그 처리 경과를 살펴본 다음 입대의 선거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의 판단은 나름의 합리성을 갖췄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측이 재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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