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93>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사전에서는 ‘사람’을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뤄 사는 동물’, ‘사회적으로는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이라고 풀이합니다. 즉 아무리 생각을 하는 만물의 영장이라도 일정한 품격을 갖추지 못하면 사람이 아닌 동물이지요. 갑질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서 권력에 복종해야 하는 사람과 권리관계에서 결정권이 없는 사람이 당하는 현상이지요.

1. 갑질은 어떤 사람이 할까요?
갑질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강제력을 이르는 것으로 계약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자발적인 복종과는 다릅니다. 사람은 무한대의 확장성을 갖고 있으므로 인격이 모자라고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한 가지 권한을 열 가지로 부풀려 사용하려고 하고 세속적인 영리에 초연한 선비나 훌륭한 리더는 가진 권력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아도 복종하는 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권한을 권력으로 생각해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은 겁이 많은 사람이거나 능력보다 높은 지위에 있어 불안한 사람이거나 정신적으로 피해 의식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아부도 능력이고, 남의 공로를 가로채는 것도 능력이며, 아랫사람을 업신여기고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깔아뭉개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 갑질이 아닐까요? 돈도 있고 능력도 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갑질로 지탄을 받은 것을 보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2. 갑질은 전염된다
을은 갑질에 항의했다가 해코지를 당할까봐 다른 사람에게 얘기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 삭여야 하니 더욱더 서럽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워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쁜 것을 흉내 내다보니 어느새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지요. 갑질은 지위의 고하나 권한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권한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므로 누구나 갑질이 가능합니다. 아파트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는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가 많고 전직으로 돌아가기는 늦은 사람들이 평생을 배우고 익힌 능력을 접어두고 관리업무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서러움입니다. ‘내가 왕년에’라고 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많은데, 얼마 전 어떤 단지에서 나이 든 입주민이 관리직원과 사소한 다툼 후 술을 마시고 다시 관리실에 와서 직원을 폭행하자 직원이 방어를 위해 휘두른 손에 눈이 찔려 실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입주민의 갑질에 대한 정당방위 같은데도 폭행죄로 5,000만원을 합의금으로 주고 민사 손해배상 소송 중이랍니다.

3. 갑질은 ‘잡질’입니다. 누가 하든 말입니다
갑질에 대한 을의 반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개그콘서트의 고집불통인 경비원이 원칙만을 내세워 입주민을 들볶는 개그를 알 것입니다. 을은 가진 것이라고는 규정밖에 없으니 규정을 엄격하게 고집하는 갑질을 하는 것이지요. 을의 갑질은 단계별로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모든 일을 관리소장이 지시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직원, 새로 온 경리가 전임자가 하던 대로 선례 답습만 고집하는 일, 규정이 개정됐음에도 확인하지 않고 아는 대로만 하거나, 어떤 이유를 대던든지 다른 직원에게 일을 미루는 것이나, 잘못하고도 핑곗거리만 찾는 것 모두 일종의 갑질입니다. 관계 규정을 공부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만 내세워 무리한 지시를 하는 동대표나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직원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입주민들만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하든 갑질은 ‘잡질’입니다. 관리업무는 ‘해야 할 일을, 제때 빠짐없이 하는 것’이니 제 할 일을 제대로 알고 할 일만 해야 갑질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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