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서 상 미
광주광역시 백운휴먼시아2단지
임차인대표협의회장
 


공동주택인 아파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요. 세월이 익어가면서 참된 결실로 퍼져 갑니다. 넘치면 나누고, 부족하면 서로 채워가는 정겨움이 이웃의 정임을 부득이 느낍니다. 또한 양보의 미덕 속에 모두 안녕한가요?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 이날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해 입동(立冬)이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일 때, 양력으로는 11월 7일 또는 8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에 듭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든다고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았던 과거 우리 선조들에게 날씨와 기후의 변화는 농사와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렇기에 춥고, 덥고 등의 날씨와 시간을 24절기로 나눠 그 절기에 맞춰 농사를 지어 왔지요. 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날씨가 더워지기도 하고, 추워지기도 한 것을 보면서 선조들은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시절이 오늘에 이르면 사람들은 누구나 세밑을 이야기합니다. 한 해가 그 끝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이때가 되면 누구나 회한을 가슴에 담기 마련이지요.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삶의 윗녘에 사라지지 않는 아쉬움의 그림자가 아닐까요? 세월은 거꾸로 흐르지 않습니다. 거듭 흐르지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내가 흘러온 삶을, 또 내가 살아온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며 영원한 기록입니다. 순수한 회한이나 그 지극함으로 살아온 삶을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삶의 적극적임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세밑이 온통 잿빛임은 극명합니다. 한 해의 마감을 앞두고 잿빛을 햇빛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현대사회는 아파트 생활문화로 정착이 돼가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주로 아파트 생활하는 거주자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주거 환경에서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진리고 무엇이 아닌지를 분별하지 못한 채 ‘빨리 빨리’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르신들 따로, 아이들 따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 따로, 분절되다 보니 절대적 가치 기준이 흔들리고, 소중한 이웃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아파트 내에서 어색하더라도 이웃으로서 환경을 위한 분리수거는 기본이고, 먼저 인사하기 좋은 이웃이 돼 보고자 합니다. 자기보다 남을 위할 줄 아는 참된 마음을 지닌 선한 이웃을 가진 것도 참 복된 일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아파트 내에서 봉사를 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일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부가 저절로 됐습니다. 각양각색인 생활방식들을 엿보면서 개인의 인생관도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봉사가 오히려 내게 준 유익은 다양했으며, 내면의 풍성함으로 꽉 채워줬습니다. ‘인생 공부’가 내게 큰 소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제가, 잃은 것도 있었지만 결코 다 잃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의 바다에서 거둬들인 것이 하도 많아 마음과 정신까지도 넉넉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이란 선량(善良)한 풍속(風俗) 즉, 세상에 전해지는 여러 가지 좋은 생활 습관을 말합니다. 아파트 문화가 정착해 가면서 아파트마다 경로당 어르신들로 인해 문제가 더러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파트 분위기는 곧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오해를 받아 억울한 일이 있어도 나중에는 반드시 억울한 일이 밝혀진다는 뜻과 매한가지입니다. 올바르지 못한 것이 잠시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마침내 올바른 것이 이기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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