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도로 포장공사 선관주의 의무 위반 주장 ‘기각’
시공상 하자 인정…공사업체 측 70% 손해배상 책임 부여

서울 중구 A아파트의 2013년도 사업계획서에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시설유지보수로 도로의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에 대해 포장면적은 8만4,255㎡, 공사예상금액은 9억9,000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감사가 재포장 면적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자 입대의는 2013년 5월경 아파트 준공도면이 없어 재포장 면적 측량을 결의했고 측량업체에 용역대금으로 약 930만원을 지출, 재포장 면적(4만843.6㎡)을 확인했다. 
또 관할관청에 공동주택관리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결과 아스팔트 8~10㎝ 절삭 후 4~5㎝ 두 개 층으로 구분해 재포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사수량 및 공사자재 단가는 자료미흡으로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2014년 3월경 입대의는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 및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업체 입찰공고문을 의결했는데 장충금 사용계획서에는 아스팔트 재포장 면적 4만843.6㎡, 예정공사금액 약 5억4,000만원으로, 입찰공고문에는 공사방법이 5㎝ 절삭 후 5㎝ 도포로 돼 있었다. 이후 입찰에 참가한 6개 업체 중 최저가를 써낸 B사를 시공업체로 결정, 같은 해 5월경 입대의는 B사와 9억5,700만원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입대의 감사 등이 당시 회장을 업무상배임으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 입대의는 공사업체 B사와 전문건설공제조합, C위탁사, 관리사무소장 D씨, 입대의 회장 E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사대금을 9억5,700만원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려면 입대의 결의 또는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로 사전에 공사예정금액을 약 5억4,000만원으로 했던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했어야 함에도 E회장과 D소장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준공도면을 은폐해 공사계획면적을 특정함에 있어 측량을 실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E회장은 공동주택관리 전문가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적정 공사대금에 대한 판단을 받지 못하게 했고, D소장은 당초 공사계획면적을 실제 면적의 2배로 산정해 예산 산정에 혼란을 줬으며, 전문가 자문 결과와 다른 시공방법으로 입찰공고문을 작성했다면서 이는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배임행위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5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E회장과 C위탁사 및 D소장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거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입대의에 손해를 가하는 배임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B사와 전문건설공제조합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청구부분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기수선계획은 구 주택법 시행규칙 별표5에 의하더라도 공사종별, 수선방법, 수선주기, 수선율을 정하고 대략적인 월간 가구별 장기수선충당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 해당 공종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정하도록 하고 있지 않은데, 장기수선계획을 미리 공사에 맞춰 증액하고, 장충금 사용계획서를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전문가인 입대의가 해당 공사의 공사비를 예상 입찰가 이상으로 미리 산정해 둬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비현실적이고,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된 공종의 공사실행에 맞춰 입대의에서 장충금 사용계획서 및 입찰에 따른 수급인 선정사항 등을 의결해 집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사대금이 장충금 사용계획상 예정공사대금을 상회하나 구 주택법령에서는 사용계획서에 예정금액을 기재하도록 돼 있을 뿐 이를 초과하는 공사계약 체결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더욱이 입찰공고문에는 예정금액이 기재돼 있지 않아 공사업체에서 예정금액을 상회하는 금액으로 입찰하는 것이 가능, 예정금액을 초과하는 공사 도급계약 체결에 관해서도 입대의 승인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입찰공고문에 예정금액이 기재돼 있었더라도 공사규모 등에 비춰 예정금액 이하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장기수선공사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 절차에 구 주택법령 및 관리규약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전문가 자문 결과와 다르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대의 결의로 공동주택관리 전문가 자문 결과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반드시 위법·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아스팔트 8~10㎝ 절삭 후 4~5㎝ 두 개 층으로 구분해 재포장하는 시공방법은 5㎝ 절삭 후 5㎝ 포장하는 시공방법보다 더 큰 금액이 소요되는 점 ▲공동주택관리 전문가에게 공사단가나 자재에 관한 검토를 받았더라도 공사대금보다 낮은 공사대금으로 도급계약이 체결됐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E회장과 D소장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초 아파트 준공도면이 존재했으나 E회장과 D소장이 준공도면을 고의로 은폐했다거나 이를 분실했다는 입대의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관리사무소는 2012년 6월경 장기수선계획 수립을 위해 한국시설안전공단 설계도서 관리시스템을 통해 아파트 설계도서를 요청했으며, 입대의가 2013년 5월경 관할관청에 준공도면 사본을 요청했으나 준공도면이 없다는 회신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D소장이 장기수선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공사 계획면적을 실제 공사면적과 달리 작성하긴 했으나 최종적으로 준공도면이 없는 상태에서 공사면적 산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고, 공사 도급계약도 측량을 통해 확정된 면적을 기준으로 체결된 점 등을 고려하면 D소장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공사 후 아스팔트 균열 및 두께 부족, 맨홀 주변 보강 미흡 등의 하자가 존재해 B사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금 지급의무가 있다면서 준공검사일부터 하자감정이 이뤄진 시점까지 약 4년이 경과해 자연적인 노화현상이 발생한 점 등을 감안, B사 및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공동해 입대의에 70%(약 5,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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