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서부지원

지난해 실시한 부산 사하구의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가 결국 무효화됐다. 
투표에 참여한 입주자가 과반수에 미달해 동대표를 선출하지 못한 선거구의 경우 ‘재선거’를 해야 함에도 ‘재투표’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장성학 부장판사)는 동대표에 입후보했던 A씨와 B씨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당선무효 확인소송에서 ‘2017년 11월경과 12월경에 각 실시한 동대표 및 회장 선거에서 C씨를 동대표 및 회장 당선인으로 한 결정은 무효’라고 판결했고, 이는 최근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앞서 지난 3월경 법원은 A씨와 B씨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C씨의 동대표 및 회장 직무의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시킨 바 있다. <관련기사 제1070호 2018년 4월 18일자 게재>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17년 10월경 기존 입대의 구성원들의 임기 만료(같은 해 12월 말)를 앞두고 동대표 선출공고를 했고, 후보자 등록 결과 총 17개 선거구 중 5개 선거구를 제외한 12개 선거구에 후보자들이 등록했다. A씨와 C씨는 같은 선거구에 입후보했으며, C씨가 기호 1번을, A씨가 기호 2번을 배정받았다. 
동대표 선거 결과 후보자 등록이 이뤄진 12개 선거구 중 A씨와 C씨가 입후보한 선거구의 경우 투표자가 과반수에 미달해 동대표 선출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B씨는 해당 선거구에서 동대표로 선출됐다. 이에 아파트 선관위는 입후보자가 없었던 5개 선거구는 재선거를, A씨와 C씨가 입후보했던 선거구는 재투표를 시행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A씨는 해당 선거구도 ‘재투표’가 아닌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후보자 등록서류를 새롭게 제출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재투표를 강행했다. 
그 결과 재선거가 이뤄진 5개 선거구 중 입후보자가 있었던 2개 선거구에서 동대표가 선출됐고 재투표 선거구에서는 입주자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다득표자인 C씨가 동대표로 선출됐으며, 이어진 회장 선거에서 C씨와 B씨가 입후보해 C씨가 회장으로 당선됐다. 
한편 A씨와 C씨가 입후보한 선거구의 1차 투표의 총 투표수는 99표, 그중 C씨는 58표, A씨 40표, 무효 1표로 집계됐으며, 2차 투표는 총 투표수 112표에 C씨 66표, A씨 44표, 무효 2표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1차 투표와 같이 동대표 선거에서 하나의 선거구에 후보자가 2인 이상 입후보했으나 입주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당선인을 선출하지 못한 경우 역시 재선거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선관위 규정에서 후보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 입주자 과반수 투표에 관한 언급 없이 단순히 ‘후보자 중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고 최고득점자가 2인 이상의 경우에는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정한 것은 구 법령에 따른 것으로 관련 법령의 개정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는 후보자가 2인 이상인 경우 선거구 입주자의 과반수가 투표해 그중 최다득표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2016년 8월 12일 공동주택관리법령이 시행되면서 새로 마련된 것으로, 구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후보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단순히 ‘다득표자를 선출’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특히 아파트 선관위 규정에서 선거사무에 관해 정함이 없는 사항은 공직선거법을 참조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공직선거법을 준용해 판단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당선인이 없는 경우’를 재선거 사유로 명시하고, 그와 구별되는 재투표 사유는 따로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어느 투표구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 ‘투표함의 분실·멸실 등의 사유가 발생한 때’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 아파트 선관위 규정에는 ‘투표함의 분실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선거무효를 결정해야 한다’고 정하면서 ‘선거무효 결정을 한 경우는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결국 아파트 선관위 규정은 공직선거법에서 재투표 사유로 정한 것까지 포함해 모두 재선거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재선거에서 요구되는 후보자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종전의 후보자들을 그대로 후보로 확정한 것은 해당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다른 입주자들에게서 종전 선거와 다른 사람을 대표자로 선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입후보자들의 기호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선거를 치렀을 경우 다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1, 2차 투표에서 C씨가 A씨보다 18표 내지 22표 다득표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하면서 C씨를 동대표 및 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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