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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동행 활성화 추진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지난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 시행됨에 따라 감정노동자 보호 조항이 도입돼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런 조치를 요구하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됩니다. 
이러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미화원에게도 입주민들이 폭언 등 ‘갑질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방지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노동이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회사나 조직의 입장에 따라 말투나 표정 등을 연기하며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740만명의 감정노동자가 있습니다. 콜센터 직원, 텔레마케터, 항공기 승무원, 식당 종업원, 백화점 판매원, 은행 창구직원 등이 감정노동자에 속합니다. 물론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들도 포함됩니다.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가 넘어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증가하는 아파트 수만큼 경비원 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 분리수거, 택배관리, 주차관리, 주민응대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감정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 11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지속적인 인격모독과 폭언으로 분신자살한 사건은 경비원들의 감정노동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당시 서울 성북구 동아에코빌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언론보도를 접한 즉시 ‘경비원·미화원도 우리 아파트의 가족입니다’라는 문구를 만들어 입주민들에게 계도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또 2015년 7월에는 아파트 관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갑’과 ‘을’로 표시된 계약서를 ‘더불어 행복하자’는 의미로 ‘동’과 ‘행’으로 표기한 ‘동행(同幸)계약서’를 전국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사용하기 시작한 동행계약서를 성북구가 주도적으로 확산시켜 지금은 성북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기관 단체에서 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의 인터뷰에서 계약서의 ‘갑’과 ‘을’이 동행(同幸)으로 바뀐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질문에 저는 “이 계약을 함으로써 앞으로 ‘갑질’을 하지 않겠다는 ‘양심선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 정당한 계약을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동등한 관계입니다. 어쩌면 입주민들이 경비원과 미화원에게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오죽하면 감정노동자에 대한 ‘갑질방지’를 위해 이런 법까지 만들어 시행하겠습니까?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시행과 함께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가 전화상담원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식당 종업원에게도 정중하게 대하고, 백화점 판매원이나 은행 창구직원들도 내 가족처럼 대합시다. 
오늘부터 우리 아파트의 경비원 선생님과 미화원 사모님에게 먼저 인사하도록 합시다, ‘갑질’을 일삼는 사람은 ‘칼자루’를 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칼날’을 쥐고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감정노동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아니 감정노동자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행복한 동행(同幸)세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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