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동백에 묶여 비를 맞는다
묽은 똥을 흘리며 목을 움츠린 닭
물에 빠진 영혼을 건져내기 위해
대신 던져져야 한다는 것도
모른 채, 눈을 뒤룩 뒤룩
낭랑한 주문으로 넋을 부르자
가족들의 눈물과 한탄이 쏟아진다
짧은 목숨 같았던
흰 광목 줄을 저수지에 던지며
함께 이곳을 빠져 나가자고
넋을 달랜다 울부짖음과 애원에도 영혼은
깊고 어두운 곳을
응시하며 돌아보지 않는다
무당의 넋두리 넘어
기억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세계로
자꾸 떠밀지 말라고 손사래 치며
영혼은 가을 들녘의 연기처럼 꽁무니를 뺀다
고기와 과일을 입에 넣어주고 술을 따르며
극락의 세계로 건너가 가족들의
행복과 안위를 빌어 달라 매달릴 때
순간, 성스러운 손에
날갯죽지 꽉 붙들린 닭
저수지 한복판에 힘껏 던져지고
고요한 저수지 위에 수없는 파문이 인다
정채경
kslee@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