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net)
 

▲ 자리덕 선착장에서 본 풍경
▲ 마라도 등대

북위 33° 06′ 30″, 동경 126° 16′ 30″. 육지에서 제주도로, 제주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만 비로소 닿을 수 있는 곳, 대한민국 최남단 섬 마라도다. 
해안선 둘레가 4.2㎞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적지 않다. 성수기에는 하루 관광객만 2,000명에 달할 정도다. 마라도가 원래부터 이렇게 시끌시끌했던 것은 아니다. 마라도는 원래 사람이 살지 않던 무인도로 드나드는 사람이라야 제주에서 귀양 온 죄인이나 미역을 캐는 사람들이 전부인 외로운 섬이었다. 마라도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83년(고종 20) 서귀포 대정에 살던 김씨 일가가 현감으로부터 마라도 개간 허가를 받아 입주하면서부터다. 시간이 흐르고 주민이 하나둘 늘었지만 섬을 드나드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었다. 제주도가 휴양지로 주목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짜장면 거리

‘짜장면 섬’ 마라도 블랙로드

머나먼 오지로 영영 남을 뻔했던 마라도의 운명을 바꾼 것은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던 한 편의 TV 광고였다. 1998년 당시 최고의 인기 개그맨이 출연한 광고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한민국 최남단 섬’인 마라도의 존재가 전국에 알려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마라도는 관광지로 변모하게 된다. 섬에 단 한 곳뿐이던 짜장면집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배로 늘어났다. 마라도에 불어닥친 짜장면 열풍이었다. 
마라도의 짜장면 열풍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섬을 찾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짜장면으로 배를 채운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마라도에 가는 사람도 상당하다.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약 500m의 길에는 마라도 짜장면을 파는 가게가 밀집해 있다. 작은 섬에 짜장면집만 아홉 곳이니 마라도에서 짜장면이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마라도 짜장면은 뭍의 짜장면과 달리 돼지고기 대신 소라나 오징어 같은 해물과 톳을 고명으로 올린 것이 특징이다. 짜장면 위에 얹은 재료는 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철마다 다른 해물 고명을 얹는 집이 있는가 하면 톳 가루를 반죽에 섞어 만든 면을 쓰는 집도 있다. 맛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라 어느 짜장면을 먹을까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한 김건모는 무려 여덟 곳의 짜장면집에 들러 그 맛을 비교하는 기행(奇行)을 펼치기도 했다. 

 

▲ 해안산책로

걸어서 마라도 한 바퀴

‘마라도’하면 으레 ‘짜장면’을 떠올리지만, 사실 마라도의 진짜 매력은 자연에 있다. 
지난 2000년 마라도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로 지정됐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과 다양하고 풍부한 해양생태계가 공식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20여 미터 높이의 절벽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자리덕 선착장에 내린 뒤 선착장에서 이어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드넓게 펼쳐진 초원이 섬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한다. 마라도를 개간하며 경작지를 마련하기 위해 화전을 일구면서 만들어진 초원이다. 
마라도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자전거 같은 탈 것도 가지고 갈 수 없어 마라도를 오롯이 느끼려면 걷는 수밖에 없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넉넉잡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동쪽과 서쪽 어느 방향으로 출발하더라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선착장에서부터 펼쳐진 초원 지대를 지나 해안가를 따라 마련된 산책길 ‘마라로’를 걷다 보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 아득하게 보이는 제주 풍경도 사뭇 신비롭게 느껴진다.
초원을 지나면 곧 섬의 가장 높은 언덕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이 육지 초인(初認) 표지로 이용하고 있는 마라도 등대가 있다. 정식 명칭은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첫 불을 밝힌 등대는 1955년에 이르러서 유인등대로 거듭났고, 1987년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했다. 등대 옆에 조성된 해양문화공간에는 세계 각국의 유명 등대 모형 10점이 설치돼 있다. 

▲ 대한민국 최남단비

마라도 특산물 전복을 쏙 빼닮은 아담한 성당을 지날 때쯤 ‘대한민국 최남단(大韓民國最南端)’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표지석 주변은 국토의 최남단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최남단비 인근에는 마라도 주민이 신성시하는 장군바위도 있다.
남쪽으로 뻗어가던 길은 이곳을 반환점으로 삼아 다시 북쪽으로 휘어진다. 섬의 서쪽은 동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마라도의 상점과 민가가 서남쪽에 몰려있는 탓이다. 작은 섬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마라도 짜장면을 파는 식당과 편의점, 민박은 물론이고 각종 종교 시설까지 들어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초등학교로 불리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은 2016년 2월 마지막 학생이 졸업한 이후 휴교에 들어갔다.

▲ 성당

여행정보
☞마라도 가는 방법=운진항(064-794-5490)과 송악산 산이수동 선착장(064-794-6661)에서 매일 마라도행 정기여객선을 운항한다. 출항 시간은 계절에 따라 유동적이며 정원제로 인해 마라도 체류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내외로 제한된다. 마라도에 숙박할 시 다음날 운행 여객선에 잔여석이 있을 때만 탑승할 수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 및 휴일에는 매진이 잦으므로 사전 전화 예약을 권장한다. 출항 후 마라도까지는 약 30분 소요된다.
☞유의사항=마라도 내에는 별도의 교통수단이 없으며, 자전거 등 탈 것을 가지고 입도할 수 없다. 섬 전체에 그늘이 없으므로 양산이나 모자를 지참하는 편이 좋다. 마라도 홈페이지 www.jejumara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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