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짜리 장기수선공사 후 배관파열 급증, 올겨울 어쩌나…

최저가업체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계약에도 불구하고 부실투성이 이경석 편집국장l승인2018.11.07 13:31:06l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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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소장 교체당해, 입주민들 서울시에 특별감사 요구

서울 모 아파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단지 내 공용부분 급수, 급탕 배관교체’ 공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공사를 하기 전에는 겨울에 몇 건 일어나지 않았던 배관파열사고가 공사 이후 갑자기 대량 발생해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해당 입주민들이 업체의 부실공사를 성토하고 있는 가운데 직접 나서서 진행상황을 확인한 결과, 공사의 첫 단추인 입찰과정에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와 서울시에 특별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입찰공고를 내면서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택했다. 사업자선정지침상의 제한경쟁입찰은 ‘사업종류별로 관련법령에 따른 면허, 등록 또는 신고 등을 마치고 사업을 영위하는 자 중에서 계약의 목적에 따른 사업실적, 기술능력, 자본금의 하한을 정해 입찰에 참가하게 한 후 그 중에서 선정하는 방법’으로 ‘단, 이 경우 계약의 목적을 현저히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공사업체 선정공고문 기타사항란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업체는 입찰에 참가할 수 없음’이란 조항을 더 삽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의적인 자격제한을 추가한 것이다. 입주민들은 이 단서조항 하나로 인해 아파트가 2억원이상을 손해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최종 선정된 업체의 계약금액이 9억4,800만원인 반면, 이 단서조항에 걸려 탈락한 업체들에 확인한 결과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업체가 7억원 초중반대의 입찰서를 제출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 중 최저가는 7억950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수치상으로 비교해봐도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2억6,000만원 이상 비싼 업체와 계약한 것이다. 한 가구당 40여만원씩 더 부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이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하고 나서는 건 당연한 일. 공동주택관리법과 사업자 선정지침 어디에도 없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업체’가 어떻게 입찰공고문에 들어가게 됐으며, 이것이 특정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사전에 이뤄진 계략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관리사무소장과 입주민들에 따르면 애초의 공고문 시안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다. 소장이 사업자 선정지침 이외의 단서조항을 삽입하는 건 곤란하다고 설명했지만, 자리까지 위협당하는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집어넣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위탁관리업체에도 말을 듣지 않는 소장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수차례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리사무소장 A씨는 시청의 감사가 진행되면 강압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결국 입찰은 그대로 이뤄졌고, 업체와의 계약 역시 소장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계약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곧이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 관할구청으로부터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사항에 따른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부당하게 탈락됐다고 생각한 일부 업체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구청이 진상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정명령서엔 “(선정지침상) 과도한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실적, 기술능력, 자본금’의 하한이 아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업체는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는 과도한 제한이 있으며, 이 제한조건으로 특정업체의 입찰을 무효화한 것은 선정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며 “입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선정지침의 제정 취지를 감안해 선정지침에 적합하게 신규 공고해 입찰을 다시 진행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시정명령을 내린 관할구청은 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겨울을 지나면서 배관파열사고가 대량 발생한 것이다. 아파트가 지어진 이래 한파가 몰아치면 몇 건의 배관파열사고가 일어난 적은 있었어도, 지난겨울 한 철에만 무려 100여 가구에서 배관이 터져 입주민들이 큰 곤욕을 치른 것은 처음이다.
입주민들이 다시 나서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부실공사 징후가 발견됐다. 층마다 설치하게 돼 있는 유볼트가 격층으로 시공돼 배관이 흔들리는 등, 시방서와 다른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공사가 하자투성이였던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선 이 문제들을 소장 탓으로 돌려 처음부터 부당성을 지적해온 소장을 교체하기까지 했지만 입주민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결국 전체 660가구 중 70%에 가까운 440가구가 서명해 서울시에 특별감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입주민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에 낙찰된 것도 문제인데, 그에 더해 부실공사까지 이뤄진 것에 분개하고 있다.
또한 관할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구청에선 입찰에 문제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입찰과 공사가 그대로 강행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의 특별감사를 기다리는 가운데 기온이 급강하하고 있다.
다가오는 혹한을 버틸 수 있을지, 입주민들이 벌써부터 떨고 있다.
 

이경석 편집국장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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