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⑫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집건법 실효성, 관리 투명·공정성 높이는 시도 ‘긍정적’
다만 집합건물 용도 및 규모별 세부적 규정 마련돼야

지난 9월 21일 법무부는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아파트도 집합건물이며,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피스텔, 그리고 주상복합아파트의 건물 전체는 집합건물법에 의해서 관리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동주택의 관리분야에서도 집합건물법의 개정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아직은 입법예고 단계고,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확정한 후에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다시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개정안의 내용이 상당부분 수정될 수 있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 여부를 떠나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통해 현 시점에서 집합건물의 관리분야에서 어떠한 점이 문제되고 있는지, 집합건물법의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개정사항이 상당히 많지만 주요한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초의 관리단 집회의 개최를 위한 분양자의 소집통지의무를 신설했다. 관리단의 임원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분소유자의 개인적인 노력이 없다면 관리단 집회가 개최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분양자에게 소집통지의무를 부과했다. 
둘째, 공용부분의 변경을 위한 결의요건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완화해 공용부분의 변경이 좀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장기수선충당금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그동안 집합건물에서 관행적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징수했는데,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종종 분쟁이 발생했다. 다만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용어 대신에 수선적립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넷째, 전유부분이 50개 이상인 집합건물에서 선출된 관리인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관리인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에 행정청이 관리업무를 감독하기 어렵고 분쟁조정 신청이 적법한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리고 관리인이 없거나 선출되지 않은 경우에 법원에 임시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관리인이 장부를 작성해 증빙서류와 함께 보관하도록 규정했고, 전유부분이 150개 이상인 집합건물에서는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다. 다만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여섯째, 주무관청의 감독권을 신설했다. 즉 시장·군수·구청장은 전유부분이 50개 이상인 경우에 관리인에게 관리업무를 보고하도록 하거나 관리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일곱째, 리모델링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주택법에 리모델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었지만 그 밖의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구분소유자의 100%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축이 수반되는 리모델링이 어려웠다.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이 동의하면 재건축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재건축에 준해 5분의 4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리모델링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2013년 집합건물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된 후에 다시 한 번 집합건물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법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먼저 이번 개정안은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개정안은 집합건물의 용도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는데 그러한 접근방식은 불합리성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개정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근린생활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대규모점포, 복합용도용 집합건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담당부서가 정해져야 하는데, 각 집합건물의 담당부서가 불명확하고 집합건물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인이 신고의무를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관리에 대해서 제대로 감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으로 몸살을 앓거나 반대로 개정된 집합건물법이 실효성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2013년에 집합건물법에 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됐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도에서 활용되지 않은 현상이 반복될 수도 있다. 그리고 관리단이 회계처리에 관해 전문인력을 채용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회계처리에 대한 기준도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회계감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회계감사는 일반적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의미하며 관리업무를 직접적으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회계감사만을 규정한다고 해서 관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집합건물의 관리를 위한 법 제도가 가야 할 길은 멀다. 
먼저 관리단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집합건물의 용도와 규모에 따른 세부적인 규정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복합용도용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현실적인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그리고 집합건물의 전문적인 관리를 위한 전문관리사와 전문관리업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그 길을 외면할 수는 없다. 2013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집합건물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번에 입법예고된 집합건물법 개정안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고민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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