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net)

 

▲ 선재도 당너머해변의 낙조

선선한 바람이 뺨을 간질이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하늘은 어느 때보다 높고 푸르다. 
완연한 가을이다. 여름내 들떴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계절 피서객이 빠져나가 한적해진 바닷가를 찾아 가을의 호젓함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 달전망대

시화방조제에 달이 떴다 ‘달전망대’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다. 한편에 호수, 다른 한편에 바다를 두고 달리다 보면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듯한 착각도 든다. 
시화방조제 중간 지점에는 큰가리섬이 있다. 과거에는 큰가리섬 옆에 작은가리섬이 있어 쌍섬으로도 불렸지만, 시화방조제를 조성하며 작은가리섬이 방조제 일부가 되면서 지금은 큰가리섬만 남았다. 큰가리섬에는 어부 석동과 보배 부부의 설화가 깃들어 있다. 어느 날 석동은 바다에서 거센 풍랑에 휩싸여 죽을 고비에 처하고 말았는데, 용왕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져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보배는 석동을 그리워하다 작은가리섬으로 변해버렸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석동마저 슬픔에 섬이 돼버리자 이들의 사정을 애달피 여긴 둥근 보름달이 가리비들로 다리를 놔 둘을 만나게 해줬다고 한다. 
큰가리섬을 마주 보는 자리에 시화호조력문화관이 있다. 75m 높이의 타워 끝에는 큰가리섬 설화 속 둥근 보름달을 쏙 빼닮은 ‘달전망대’가 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오르면 푸른 서해와 시화호의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360도 원형으로 이어진 전망대의 절반은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유리데크로 돼 있어서 한걸음 걸을 때마다 아슬아슬하고 짜릿짜릿하다.

 

▲ 선재도 당너머해변

여기가 한국이야, 외국이야? ‘선재도’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는 뜻의 선재도. 선재대교를 건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섬 아닌 섬이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섬의 정취가 짙게 남아 있다. 선재대교를 건너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목섬’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작은 무인도지만 CNN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섬’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섬의 진가는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질 때 드러난다. 섬과 섬을 잇는 길이 열리면서 푸른 바다 사이에 금빛 융단이 깔리기 때문이다. 사방이 갯벌이지만 이 길만큼은 보송보송한 황금빛 고운 모래가 깔려 있다. 신비롭고 황홀한 풍경이다. 
선재도 사람들은 이 길을 목덜미를 닮았다고 해서 ‘목떼미’라고 부른다. 목섬이 바라보이는 당너머 해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특히 해 질 무렵이 가장 아름다운데, 넘실거리는 파도와 타는 듯한 석양, 카페의 야외 테라스, 갖가지 소품이 어우러져 동남아의 어느 휴양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 전곡항 마리나

요트 타고 즐기는 가을 바다 ‘전곡항 마리나’

화성시 서신면과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방파제가 건설되면서 밀물과 썰물에 구애받지 않고 늘 배가 드나들 수 있게 된 전곡항에는 서해안 최대 규모의 마리나가 조성돼 있다. 마리나에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요트, 크루저 요트, 파워 보트가 빼곡히 정박해 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요트가 어우러지는 풍광이 무척 이국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인 덕에 전곡항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요트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레저 활동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요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출항 전 안전 교육을 듣고 바다로 나가 요트를 체험하는 비용이 2~3만원 선이다. 이외에도 유람선, 보트, 카약, 배낚시 체험도 할 수 있다. 

 

▲ 탄도 바닷길 갯벌체험

가을 닮은 낙조 명소 ‘탄도 바닷길’

▲ 탄도 바닷길

대부 해솔길 6코스에 해당하는 탄도항은 대부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탄도는 대부도 본 섬과 선감도, 불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이다. 탄도에서 누에섬까지 이어지는 1.2㎞ 구간인 탄도 바닷길은 안산 9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탄도 바닷길은 갯벌이 드러나는 썰물 때만 걸을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며 길이 나타나는 모습이 신비해 ‘신비의 바닷길’이라고도 불린다. 
탄도에서 시작된 길을 따라 걸으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등대 전망대와 나란히 늘어선 세 개의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다. 길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는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다. 호미질 한 번에 딸려오는 바지락이 적지 않아 그 재미가 쏠쏠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면 탄도 바닷길의 매력은 배가된다. 가을 단풍을 닮은 노을이 바다와 갯벌을 잠시 어루만지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날씨, 시간, 계절, 물이 차고 빠짐에 따라 그 풍경이 180도로 바뀌는 덕분에 탄도 바닷길의 낙조는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데, 어느 하나 아쉬운 풍경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시화나래조력문화관=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황금로 1927        

·운영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겨울철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달전망대 오전 10시~오후 10시 / 홈페이지: tlight.kwater.or.kr
☞전곡항 마리나클럽하우스=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로5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겨울철 오전 9시~오후 5시)
·홈페이지: www.dreamyacht.co.kr
☞선재도 뻘다방=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로 55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화요일 휴무)
☞탄도 누에섬 등대 전망대=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170번지
·관람 시간: 3월~10월 오전 9시~오후 8시, 11월~다음 해 2월 오전 9시~오후 5시. 단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한함(월요일 휴무) / 관람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 문의전화: 032-88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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