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84>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공동주택관리법은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 주택관리업자와 주택관리사 제도를 만들고 실제 업무는 주택관리사만 하도록 해 입주자 등의 위임을 받아 관리소장은 업무를, 관리회사는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관리업무를 직접 하지 못하는 관리업자는 어떤 일을, 어떻게,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요? 관리는 혼자서는 못할 일입니다.

1. 관리업무는 혼자 다하기 어렵다
판례는 공동주택의 위탁관리를 ‘위임’으로 해석해 수임자의 무한 책임을 물으니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제때’ 해야 합니다. 문제는 주택관리업자는 직접 관리업무를 할 수 없으면서도 책임은 모두 져야 하니 관리소장을 단순히 피용자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인사권만으로는 관리소장의 진심을 얻을 수 없습니다. 빠트리기 쉬운 현장의 혼란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조언해야 하며, 관리소장의 작은 잘못을 크게 부풀려 괴롭히는 갑질로부터도 보호해야 합니다. 위탁수수료 수입만으로는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고 꼼수를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주택관리업이 허가제일 때 온갖 연줄을 대 허가만 받은 후 프리미엄을 챙기고 팔겠다는 생각은 옛날입니다. 관리소장과 주택업자가 협력하고 상생하지 못하면 입주민의 지탄을 받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시절도 옛날입니다.

2. 관리 매뉴얼을 기억 속에 둬서는 안 된다
사람의 인지능력과 기억은 정확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둔 알파고는 창의력은 인간을 따를 수 없으나 현재까지 둔 거의 모든 바둑의 수순과 정석 및 상황별 응수를 기억하고 1,200대의 PC와 연결된 슈퍼컴퓨터가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내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세돌이 새로운 창의력을 기반으로 최선의 수를 둔 경우에는 알파고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과 최선의 수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관리업무는 건설한 시설물을 관리하는 것으로 정해진 일을 하는 것입니다. 기상천외한 창의력이 아닌 정확성이 높은 업무를 하라는 것이지요. 연중 230종이 넘는 일을 반복하는 관리업무를 기억력에만 의존하면 자꾸 놓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 매뉴얼을 항상 눈앞에 두고 할 일을 빠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다행히 모든 관리업무의 종류와 처리방법 및 시행시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개발돼 있으니 활용해봄직 합니다.

3. 이윤보다는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맹자는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고 말하고 있습니다. 때를 잘 만나 창업하고 좋은 위치에 회사를 두면 기본적인 성장은 하겠지만 최선의 발전은 사람 간의 화합으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천시(timing)는 결단이고, 지리는 선택입니다. 천시와 지리는 주어지는 것으로 내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화는 오로지 나의 몫입니다. 이익이란 ‘이로운 모든 것’으로 돈도 포함하지만 이윤이란 ‘돈’ 만을 의미하는데 돈만 좇다 보면 이익을 놓치게 되므로 이익을 남기려면 인화를 이뤄야 합니다. 학습지 회사로서 미국의 교과서까지 만드는 대교의 강영중 CEO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가 아니라 이익창조라고 강조합니다. 학습지를 팔아 고객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이익창조를 위해 방과 후 학교, 주말학교 등 교육사업과 장학사업, 아동문학상, 교육자들을 위한 상 등 ‘돈’이 아니라 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성공했다는 것이지요. 관리는 어떨까요? 관리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4차 산업으로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동대표의 환심만 살 것이 아니라 회사와 관리소장, 협력업체 간의 인화가 필요합니다. 누군가 먼저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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