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한국의 주거정책과 주택관리<3>

Ⅱ 한국의 주거정책 특징과 변화

2. 주거문제

☞ 지난 호에 이어
5)사회 취약계층과 공공주택
우리나라 주택의 양적문제로는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역별, 소득계층별, 점유형태별로 필요로 하는 주택이 골고루 공급되지 못하는 공급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 1980년대 이후 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주거시설 수준(일인당 주거 면적, 수세식 화장실, 온수 사용 등)은 많이 향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는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수가 약 100만 가구를 상회하고 있으며(2016년), 사회 취약계층의 주거 수준은 열악한 상황이다.
주거 취약계층은 누구인가? 국토교통부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지침에 따르면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 시설, 컨테이너, 움막 등에 비정상적 거처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이외에도 옥탑방, 햇빛이 전혀 없는 지하실 거주 등 다양한 주거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세 가지 관점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요건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첫째, 주택법에 명시된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와 정상적 주택이 아닌 소위 비 주택거주 가구들이다. 이 요건은 주로 물리적 상태에 기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주거비 부담을 기준으로 본 요건이다. 월 소득 대비 주거비의 비중이 30%를 넘는 경우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다수 국가에서는 소득대비 30~50%를 초과하면 주거 취약계층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셋째, 주거권을 침해받는 경우 역시 주거 취약계층이라 분류될 수 있다. 주거권(housing rights)은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 회의 등에서 제시된 것으로 적정 주거에 거주하지 못하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받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은 1990년 7월 유엔(UN)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에 가입했다. 이 규약의 제11조 제1항을 보면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적정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해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정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갖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한국은 국제규약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 취약계층의 주거 상태 및 주거 안정을 위해 위에 유엔이 권고한 주거권 기준 등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 프로그램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정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책 목표는 공급자 중심, 공급 확대 일변도에서 수혜자(수요자) 중심으로, 그리고 사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변화돼야 하며, 정책 대상은 계층 중립적인 것에서 특정계층 우선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정책체계는 점진적으로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지자체) 중심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사회주택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택은 공적 자금의 지원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보장을 위해 건설·공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명명돼 1984년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을 통해 건설·공급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한 임대주택의 건설·공급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시장 가격 이하로 무주택 가구(임차가구)에게 주택을 공급한다. 서구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공급된 사회주택과 같이 장기 혹은 영구적으로 공급된 것은 1989년 ‘영구임대주택’이라 할 수 있으나 1993년 종결된 바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등 사회주택의 공급을 지속해 왔지만 아직도 OECD와 EU국가들의 전체주택 재고 중 사회주택 비중에 못 미치고 있다.
3. 주거정책

우리나라는 독특한 주택시장 여건과 국가의 개입이라는 주거정책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빠른 경제성장과 급속한 도시화를 경험한 한국은 유난히 주택문제만은 쉽게 해결되지 못했고, 지속적인 국가의 시장 개입으로 규제를 강화해 온 경험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주거정책은 주택의 공급과 수요적 측면, 시대별, 주거정책 프로그램별 다양한 관점에서 구분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주거정책의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1)1960~1970년대 2)1980~1992년대 3)1990년대 초반부터 2007년까지, 그리고 4)2008년부터 현재까지다.
주거정책 제1기에 해당하는 1960~70년대는 경제성장에 초점을 둔 시기였다. 경제 개발이 국가정책의 최우선과제였기에 복지형 주거정책은 크게 우선권이 주어지지 못했다. 당시 경제성장과 더불어 도시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도시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산업화가 가속됨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등 대도시와 지방산업도시는 인구가 집중됐고 2차, 3차 산업이 급속도로 확장됐다. 이후 서울 등 대도시의 도시화율의 증가 속도는 다시 완만한 수준을 유지했다.
급속한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가장 심각한 주거문제는 불량 무허가 정착촌의 형성이었다.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할 의사나 지불 능력이 없는 가난한 주민들은 소위 판자촌, 달동네-산동네를 형성했고 가구 수에 비해 주택재고는 부족해 심각한 주택난을 겪게 됐다. 주택난 심화에 따른 초유의 현상으로 부동산투기가 만연하기 시작했으며 주택은 이재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로서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특별조치법’이 제정됐고 1978년에는 ‘부동산투기 억제 및 자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8.8조치)’으로 양도세와 재산세를 개편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거정책 제2기로 분류되는 1980년대는 매우 역사적인 정책프로그램 및 제도적 변화가 많았던 시기다. 사회적 동요를 억제하기 위해 공공주택 건설 및 택지개발계획안을 수립하게 됐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주택 5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그리고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1982년 임대주택촉진법을 제정해 6년간 약 13만호를 공급했다. 구체적 실적으로 주택보급률 65.5%, 자가율 83.8%(1985년)를 달성하게 됐다. 제1기인 1970년대에 비해 공공주택 공급량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임차인 보호 및 임대주택 건설 관련 법 제정 등 공공주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이 제고됐지만 신규 주택공급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간 형평성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다.
제6공화국(1988~1992) 시기에는 1988~1989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심의 동요가 많았다. 1989년 2월 생활보호대상자 25만 가구를 대상으로 영구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89년 일산, 분당 등 수도권 내 5개 신도시 건설 등 200만호 주택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1989년 분양가 원가연동제 등을 도입하게 됐다. 1990년 주택보급률 64.7%, 자가율 78.9%였다. 이시기의 주거정책의 큰 변화로는 주택건설 비중이 민간에서 공공부문으로 전환돼 공공의 역할이 증대됐고 소득계층별 주택공급계획을 수립하고 영구임대주택 첫 도입은 주거복지정책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제3기인 1990년대 초반부터 2007년까지는 문민정부(1993~1997년), 국민의 정부(1998~2002), 그리고 참여정부(2003~2007년)시기였다. 문민정부는 6공화국의 영구임대주택 프로그램 중단, 주택건설업체 부도수가 증가했다. 주택공급적 측면에서 총량공급은 증가했으나(총 주택공급 312만호), 저소득층의 주택난은 악화되고 공공임대주택정책은 후퇴했다고 평가된다. 실적으로 주택보급률 73.8%, 자가율 74.8%(1995년)를 기록했다. 제3기에서 가장 심각했던 일들은 IMF를 초래해 주거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