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민원’ 건축·주택관리 공무원만 20년차 베테랑
“교육, 장기수선 등 법령 개선점 많아”

[특별대담] 인천 서구청 주택관리과 주택관리팀 황경남 팀장·대한주택관리사협회 채희범 인천시회장 이경석l승인2018.09.07 14:22:33l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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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남 팀장(좌), 대주관 채희범 인천시회장(우)

수도권에서 가장 급격하게 아파트가 증가하는 지역 중의 하나. 공동주택 거주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
인천시 서구는 광활한 면적과 오래된 구도심 재개발 그리고 드넓은 유휴지 덕분에 건설공사가 활발하다. 수도권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와 공항철도가 모두 인천 서구를 관통하고, 청라국제도시가 개발되면서 인구유입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주택관리과’와 ‘주택관리팀’을 설치한 전국 몇 안 되는 기초지자체 중의 하나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가장 커다란 공무원’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인천시회 채희범 회장은 그를 이렇게 극찬했다. 그래서 만남을 요청하게 됐다. 과연 칭찬이 사실일까?
인천시 서구청 주택관리과 황경남 주택관리팀장은 1998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줄곧 건축분야의 업무만 맡아온 20년차 베테랑 공무원이다.
건축인허가와 공동주택관리, 재개발, 재건축 등 초보공무원이 감당하기 힘든 ‘폭풍민원’ 부서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건축이나 공동주택관리 부서를 기피한다는데 옮기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업무와 관련해 소송도 걸려봤고,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싸움까지 벌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일이 해결되고 나면 오히려 안부전화를 걸어올 만큼 친해지기도 한다”며 “거칠고 힘든 분야인 만큼 보람도 크다”고 우문에 현답을 건넨다.
인천 서구는 주택관리팀을 설치하기 전 TF성격의 ‘공동주택관리센터’를 먼저 만들어 업무를 전담했다. 그때 야근을 밥 먹듯 했는데 그 일이 아파트에 보낼 공문서를 발송하는 작업이었다. 양이 어마어마해서 2016년 한 해에만 1만2,000건에 달했다. “원시적인 단순작업에 매달려 야근까지 하는 게 불합리하게 느껴졌다”는 황 팀장은 “그래서 구 자체적으로 ‘공동주택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현장에서 어색하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공문을 전자시스템을 통해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덕분에 업무량이 대폭 줄어, 좀 더 건설적인 부분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한다.
채희범 회장은 “황 팀장은 주택관련 법률 개정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황 팀장은 “장기수선계획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담당자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회계규정을 도입하면서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령개정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또 “교육관련 규정도 지나치게 경직됐다”며 “교육의 주체를 확대하는 개정제안도 했다”고도 한다.
“교육내용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채 회장의 말에 “보통 입대의 회장 임기 말년이 되면 장기수선충당금을 지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입주민 전체의 관심과 도덕성을 고취하는 방향의 교육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또 “잘못이 저질렀을 때도 의도를 잘 구분해서 선의의 잘못은 정확히 계도하고, 악의로 저지른 일에 대해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잘 하려다 일이 어긋나버려 1,000만원의 과태료 위기에 처한 관리주체의 사연을 접하고 법제처,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에 끈질긴 자문을 구해 300만원으로 낮춘 일화가 있다. 관리주체는 거액의 과태료를 내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채 회장이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건설의 시대가 아닌 관리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말만 앞세울 뿐 관리에 대한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하자 황 팀장은 “관리조직을 더욱 키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질 높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제 민심은 아파트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한 아파트 단지의 몰표만 받으면 구의원 당선이 가능한 현실에서 중임제한 규정 역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때까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황 팀장은 또 “아파트 생활을 하려면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필수”라며 “무관심이 비리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얼마 전부터 직접 ‘찾아가는 상담실’도 운영하고 있다. 주택관리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 팀을 이뤄 야간이나 토요일에 민원단지를 방문해 현장에서 상담하고, 가능하다면 해결까지 해주는 일종의 현장기동팀이다. 황 팀장은 이를 3A(Anytime, Anywhere, Anything)서비스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규제개혁 추진 우수공무원’에 오르는 영예를 안을 만큼 일에 대한 투지가 대단해 보였다. 감사패도 여러 차례 받았다.
올해엔 노후아파트 지원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신규 단지의 민원관리도 중요하지만 구도심의 소외된 영세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앞으로 그의 계획은 공동주택자문단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팀을 구성해 기존의 입주자뿐 아니라 입주예정자를 교육하고 싶어 한다. “입주 전부터 사전교육을 통해 공동주택관리의 맥락과 질서의식을 심어주면 초기 혼란과 민원을 대폭 감소시킬수 있다”고 단언한다. 다만 현실여건이 따라주지 않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채 회장도 “사전교육팀이 결성되면 주택관리사들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화답했다.
황 팀장은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라며 “민원인도 만나서 대화해보면 다 좋은 사람이더라”고 웃는다.
서구는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이재현 구청장을 비롯해 모든 구성원이 클린서구, 사통팔달, 균발전, 교육 문화 복지도시를 지향하고 있다”며 “꿈을 담는 주택, 미래를 꿈꾸는 서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비상이 걸려 다시 복귀해야 한다”며 가방을 들었다.
그날 저녁 수도권에 엄청난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경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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