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간 문제로 공사감독 중인 소장 폭행하고 쇠뭉치로 위협

누수원인 집주인 나 몰라라, 서로 소장 탓만-관리체계 심각한 모순 이경석l승인2018.09.04 14:22:40l1088호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폭염이 정점을 찍으며 온몸의 수분을 쥐어짜내던 지난달 9일 오후. A소장은 단지 내 배관공사 현장을 감독하고 있었다.
한반도 남쪽에서 그나마 가장 덜 더운 지방이라는 강원도였지만, 불같은 폭염은 다른 곳과 매한가지여서 수은주가 40℃를 향해 솟구치고 있었다. 공사 인부와 A소장 모두 힘겹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정문 쪽에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대낮이었지만 가까이 온 그의 입에선 술 냄새가 진동했다.
배관공사를 지휘하고 있는 소장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주먹을 날렸다.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의 주먹이 소장의 턱을 가격했다. 그것으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굴착기 옆에 있던 브레이커(아스팔트나 암반 파쇄 시 사용하는 굴착기장착용 막대형 쇠뭉치)를 들고 와 때리려 했다. 주변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이 달려와 진정되긴 했지만, 소장마저 이성을 잃었다면 대형사고로 번질 뻔한 순간이었다.

사건은 3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장을 때리고 위협한 사람은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 B씨였다. 그는 건물을 잘못 지어서 하자가 발생했으니 관리사무소에서 책임지고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곳은 지어진지 20년 넘은, 하자보증기간이 한참 지난 아파트였다.
A소장은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비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입주민 전유부분의 공사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는 규정을 알려주고, 위층 입주자와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또 다른 문제는 위층가구엔 세입자가 산다는 점이었다. 소장이 직접 찾아가 “누수가 아래층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신속히 공사해야 한다”고 전했지만, 위층 입주민은 집주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봤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선 소장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서로가 답답한 상태에서 두 사람이 마주쳤고, 화를 참지 못한 B씨가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경찰이 돌아가고 나서 A소장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경추부 염좌와 뇌진탕이 의심된다며 입원을 권유했다.
입원한 소장은 B씨에게 다음날까지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무시로 일관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 결국 참다못한 소장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맞은 것도 억울하지만 인격적으로 모욕당하는 나 자신이 더욱 비참하고 괴롭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가구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관리사무소장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규정을 설명하고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란 말을 전하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특히 이 사건처럼 문제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집에 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살고 있을 경우 원성과 책임의 화살이 소장을 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권력조차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간에 낀 관리자만 고통받는 공동주택 관리체계의 심각한 모순. 근본적이고 법리적인 변화가 모색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B씨의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이경석  kslee@hapt.co.kr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석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한국아파트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2-727)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3동 222-8 코오롱빌란트2차 705호 (주)한국아파트신문
대표전화 : (02)884-5445  |  팩스 : (02)884-5995  |  등록번호 : 공보 다 04289  |  발행인 : 황용순  |  편집인 : 이경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석
Copyright © 2002~2018 (주)한국아파트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