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로 가을 마중 가다

김초록l승인2018.08.23 10:59:56l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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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초 록  여행객원기자 
trueyp26309@nate.com

 

완도 앞바다의 보길도는 자연이 준 천혜의 섬이다. 저만큼 가을이 오는 8월, 보길도는 낭만과 서정이 넘실댄다. 
해변에는 피서객들이 가득하고 에메랄드빛 바다는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여준다. 
몸에 달라붙는 바닷바람의 속삭임이 감미롭다. 

▲ 노화도 앞바다의 전복양식장

#부를 일구는 전복의 섬
보길도는 전남 완도 화홍포항에서 배를 타고 노화도를 거쳐 들어간다. 해남 땅끝에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전복의 섬으로 알려진 노화도는 보길도를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섬이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연륙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별개의 섬이었지만 지금은 서로 이름만 다를 뿐 한 섬으로 통한다. 노화도는 보길도로 인해 더 많이 알려진 섬이지만 이렇다 할 볼거리는 보길도에 다 모여 있다.   
노화도 앞바다는 시쳇말로 황금을 일구는 터전이다. 섬을 둘러싼 바다는 온통 전복과 미역, 다시마 양식장으로 그득하다. 하얀 부표들이 바다 위를 가득 덮고 있는 모습이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앗아가고 있지만 우리네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리 기분 상할 것도 없다. 
노화도(보길도 포함)를 비롯해 완도에서 생산되는 전복은 전국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과 다시마가 풍부하고 전복이 자라기 좋은 청정한 바다기 때문이다. 노화도 인구(2,700여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해 전복을 기르고 있다. 완도군에 따르면 전복양식으로 연간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집도 564가구나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복으로 큰 부를 일구고 있는 섬이다. 여기서 기른 전복은 수집상들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일부는 수출까지 한다.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로 들어간다. 이곳도 노화도처럼 섬을 둘러싼 바다 위로 양식장 부표들이 열을 지어 늘어서 있다. 인구 2,8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노화도와는 달리 섬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고금도서 족보 자랑 말고, 보길도서 경치 자랑 말라’는 옛말은 이 섬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길도는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지 않아 자가용을 갖고 들어가는 게 편리하지만 보길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심도 느낄 겸 도보나 자전거 하이킹도 권할 만하다.    

 

▲ 백도리 해안의 글씐바위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섬
사실 보길도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섬이다. 남도 섬 여행의 로망으로 완도나 해남 여행 때 한번쯤 들르는 곳이다. 조선시대의 시인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년)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어 학생들의 학습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윤선도는 병자호란 때(1637년)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로 내려가던 중 태풍을 만나 우연히 보길도에 발을 딛게 됐는데, 보길도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선생은 이 섬에 13년 동안 머물며 우리 국문학사에 길이 빛날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을 탄생시켰다. 
시인의 자취는 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먼저 가볼 곳은 섬 동쪽 끝 백도리 해안의 글씐바위다. 고산이 제주도로 귀양을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맨 처음 발을 디뎠던 곳이다. 커다란 바위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 해변 암벽에 자신의 심경을 한시로 새겨놨는데 세월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글씐바위 옆 안내판에 친절하게 그 뜻을 풀이해 놨다. 

▲ 예송리해수욕장

#낭만과 그리움이 몰려오는 해안길 
글씐바위를 보고 섬 서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길에서 만난 통리 솔밭해변과 중리 은모래해변은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이 두 해변은 모래사장 뒤로 해송숲(곰솔숲)이 둘러싸고 있고 수심이 낮아 여름철 피서지로 좋은 곳이다. 특히 통리해변은 물이 빠지면 앞바다의 목섬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초가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저 동남아의 어느 아름다운 해안을 연상시킨다.  
보길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예송리 해변에서 절정을 이룬다. ‘깻돌’(갯돌)이라 불리는 검푸른 조약돌과 울창한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40호)이 어우러진 해변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노라면 몸에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갈 때마다 자글자글 갯돌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의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어떤 악기가 저 소리를 흉내 낼 것인가. 바닷물이 유난히 맑은 것도 이곳의 자랑거리. 해변을 둘러싼 상록수림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돋이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 고산이 거처로 삼은 낙서재

#지나칠 수 없는 윤선도의 자취  
예송리에서 왔던 길로 다시 돌아 나와 보길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격자봉(해발 433m)으로 가다 보면 윤선도가 머물며 공들여 만들었다는 원림을 만나게 된다. 윤선도는 이곳을 부용동이라 이름하고 세연정((洗然亭)을 짓고 시냇물을 막아 만든 연못(세연지)에서 뱃놀이를 즐겼다. 뱃놀이가 싫증나면 사투암에 올라 활을 쐈다. 고산이 어부사시사를 완성하고 생활의 본거지로 삼았던 원림(園林)은 담양의 소쇄원, 영양의 서석지와 더불어 조선 3대 민간정원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5리(2㎞) 남짓 떨어진 산 쪽에는 낙서재(樂書齋)를 짓고 거처로 삼았다. 고산은  달 밝은 밤이면 낙서재 바로 위에 있는 거북 모양의 바위(龜巖)에 올라 명상에 잠겼다. 
낙서재는 고산이 8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곳으로 낙서재 밑에는 그의 아들이 기거했던 곡수당이 계곡을 끼고 앉아 있다. 또한 격자봉 중턱에 매달리듯 앉아 있는 동천석실은 그의 공부방이었다. 아슬아슬한 바위벽 위에 세운 한 칸짜리 정자는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신선처럼 살던 고산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용동 일대의 풍광도 압권이다. 마치 저 울릉도의 나리분지를 연상시킨다. 동천석실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긴 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산을 좋아한다면 격자봉에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격자봉의 누룩바위에 서면 바다 건너 해남과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 격자봉 중턱에 매달리듯 자리잡은 동천석실

#산과 전망대가 있는 보길도의 끝  
길손은 이제 보길도의 서쪽 끝으로 간다. 그렇게 아기자기한 해안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망끝전망대가 나온다. 걸림 없이 탁 트인 바다는 한 폭의 수채화다. 저녁 무렵엔 서쪽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가 정말 아름답다. 시간이 맞는다면 감상해 볼 일이다. 
망끝전망대에서 보길도 서쪽 끝인 보옥리까지는 2분 거리다. 마을 한쪽에 불록 솟은 뾰족산(보족산)은 기개가 넘친다. 봄에는 산철쭉과 산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시원한 해풍이,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어나는 보길도의 명산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산의 모양이 바뀌고 날씨가 맑은 날 정상에 서면 추자도와 제주도가 바라보인다. 
보족산 아래에는 어른 주먹 세 배만 한 돌들이 깔린 해변이 펼쳐져 있다. 산과 해변의 어울림이 절묘하다. 둥글둥글한 갯돌이 마치 공룡 알처럼 크다고 해 ‘공룡알 갯돌밭’이라 부른다. 해변 옆에 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숲이 있어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여행정보

☞가는 길=보길도는 완도 화흥포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화흥포항에서 노화도의 동천항까지 청해진카페리호(061-553-8188)가 1일 12회 왕복 운항한다.(35분 소요) 해남 땅끝선착장에서도 노화도의 산양항까지 뉴장보고호와 해광훼리2호, 노화 카훼리1·2호가 1일 14회 왕복 운항한다.(30분 소요) 자동차 선적 가능. 배 시간 문의: 해광운수(061-533-4269), 땅끝매표소(061-535-4268). 섬 내 이동은 보길버스(061-553-7077, 보길도 전역 일일 5회 운행)나 보길택시(061-553-8876, 061-553-6353, 6262) 이용. 보길도닷컴(www.보길도닷컴.com) 참조. 보길면사무소:061-550-6623
☞맛집=전복의 풍미를 즐기려면 완도항 부근의 식당이 좋다. 보길도 청별선착장 부근에도 전복을 비롯해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바위섬횟집(061-555-5613), 미리내횟집(061-553-6429), 바다앤전복(061-555-2344), 보길식당(061-553-8047), 현경참전복고기나라(061-552-6866) 등. 
☞숙박=세연정, 예송리 인근 황토한옥펜션(061-553-6370), 낙원펜션(061-554-9624), 블랙스톤펜션(061-554-1009), 별장펜션(061-553-2747), 파도소리민박(061-553-6418), 보옥민박(061-553-6650) 등이 있다. 

김초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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