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관 변호사의 쉽게 푼 노동법 판례 해설(12)

 

1. 위탁관리업체 변경을 이유로 한 고용승계 거부가 부당해고가 된 사례

최근 입주자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 소속 관리사무소장이 계속 근무하지 못하게 된 경우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부당해고가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위탁관리방식을 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관리소장과 관리회사와의 근로계약은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입대의가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관리소장과 ‘묵시적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2. 위탁관리임에도 입대의가 사용자가 되기 위한 조건

아파트 관리업자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을 뿐인 아파트 입대의가 관리소장에 대해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관리소장이 아파트 관리업자를 상대방으로 해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관리소장이 사실상 입대의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입대의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사정 등이 존재해 관리소장과 입대의와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돼야 한다. (대법원 1999. 7. 12.자 99마628 결정 참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입대의와 관리소장 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고, 관리회사와의 계약은 형식, 명목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3. 입대의와 관리소장 간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 성립의 인정 근거

가. 입대의의 임금 결정
위·수탁관리계약에서 관리소장의 급여뿐만 아니라 연차수당 및 퇴직금, 각종 보험료 및 교육비, 기타 피복 및 후생복리 비용의 지급의무가 입대의에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

나. 관리소장 채용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
입대의는 관리회사로부터 관리소장 후보를 복수 추천받아 동대표들이 참여한 인사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관리소장 A씨의 채용을 결정했고, 관리주체를 B사에서 C사로 변경할 때도 계약서의 ‘관리주체가 변경된 경우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계약 상대자의 직원은 공동주택 관리업무의 계속성 등을 위해 입대의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관리주체에게 고용을 승계할 수 있다’는 규정에 ‘관리사무소장은 제외’라는 단서를 추가하는 등 단순히 관리주체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할 사람의 채용 과정에 관여한 정도를 넘어 입대의가 근로관계 설정과 승계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한 점

다. 입대의가 스스로 사용자임을 공적으로 외부에 표명
입대의는 고용보험법상 피보험자인 A소장의 사업주로서 고용보험법상의 법률관계 주체가 됐고, 지방세법상 A소장이 근무하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둔 자로서 법인균등할 주민세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등 A소장의 사용자임을 공적으로 외부에 표명한 점

4. A소장과 관리회사 B사와 근로계약이 형식·명목적이라는 근거

가. 지휘·감독권 행사 자료 불비
B사가 A소장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고 A소장의 근태관리를 했다거나 A소장이 B사에 업무상 보고를 했다는 등 B사가 A소장을 상당한 정도로 지휘·감독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나. 위탁관리수수료는 관리소장 소개비에 불과
B사가 입대의로부터 받은 위탁관리수수료는 월 20만원 남짓한 금원으로서 아파트 한 단지에 대한 위탁관리수수료라기보다는 A소장을 입대의에 소개하는 대가의 성격이 짙다는 점

다. 근무장소 변경 후 근로계약의 체결
B사 소속인 A소장은 이전 아파트에 근무할 때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가 이 사건 아파트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만약 B사가 실질적 사용자라면 단지 A소장의 근무 장소가 변경된 것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할 필요가 없었던 점

라. B사가 A소장의 사용자로서 공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료의 불비

정  리

현재 위탁관리방식을 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도 ①관리소장 채용 시 면접을 보고 ②임금은 입대의가 결정해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며 ③이른바 4대보험도 입대의 명의로 가입하고 있다.
결국 형식적으로 위탁관리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을 입대의가 행사하는 현재와 같은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입대의가 근로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된다는 취지의 판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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