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 조언 받았더라도 최종 결정은 입대의”

수원지법, 입대의 회장 ‘벌금형’ 유지

장기수선계획의 조정 없이 장기수선충당금을 지하주차장 및 각동 현관 캐노피와 경비초소 창문 새시를 설치하는 데 사용해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벌금형 선고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법원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방법원 형사3부(재판장 김장구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도 군포시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A씨에 대해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4월 A씨가 장충금 사용에 관해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장기수선계획을 검토하지 않았고 장충금 사용 용도도 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충금을 사용함에 있어 관리소장에게 문의하는 외에 별다른 법적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며 법에 의해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장충금을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한 점에 관해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판단,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공동주택관리법령을 토대로 “장충금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중 주요시설의 수선공사’라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관리비, 사용료, 잡수입 등과 구분해 별도로 징수·적립·관리하고, 용도 및 사용방법도 장기수선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부분에 대한 유지·보수 공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및 조정, 입대의 의결 등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자금이 집행되도록 지출용도뿐만 아니라 지출절차와 시기까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택관리사 자격을 갖는 관리사무소장의 업무는 입대의에서 의결하는 관리비, 장충금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그대로 집행하는 사무에 한정하고, 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결정권한은 입대의에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A씨가 입대의 회장으로서 관리비 등 예산을 집행할 지위에 있었고, 비록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해 장충금을 사용했을 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한 적이 전혀 없었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공용부분의 유지·보수공사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장충금을 사용함에 있어 관련법령과 관리규약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자의적인 판단 아래 사전에 거쳐야 할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전용했다”며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돼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관리소장이 A씨에게 장충금 지출 절차에 관한 사항을 조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령 조언을 했더라도 관리소장의 업무는 입대의가 의결한 공동주택 관리 등의 업무를 그대로 집행하는 데 그치는 이상 정식으로 법적 검토를 수반한 자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는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입대의 회장으로서 자금 집행의 용도 및 절차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장충금의 사용에 대해 별개의 전문성 있는 법적 검토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확인절차를 만연히 거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설령 관리소장이 장충금의 지출과 관련해 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입대의 정기회에 집행내역을 보고했으며 공사입찰 관련 현장설명회의 실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했더라도 이는 모두 관리소장의 고유 업무로서 공동주택의 운영, 관리, 장충금의 지출에 관한 집행 행위에 불과하다”며 “관리소장이 장충금 지출과 관련해 입대의 의결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캐노피 공사계약의 경우 입대의가 아닌 관리주체인 관리소장 명의로 체결됐고 이 공사대금은 수선유지비에서 지출됐던 점에 비춰 보면 A씨는 캐노피 공사가 장충금에서 지출될 항목이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봤다.     
캐노피와 새시공사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표1 및 관리규약상 장충금의 지출대상인 건물부분 중 지붕과 창문에 해당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시행규칙 규정상 장충금 지출대상으로 열거돼 있지 않음이 명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 같이 문제가 된 부분을 반영해 2016년 2월경 장기수선계획서를 변경했다는 A씨 주장 역시 “단지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수선주기가 도래하기 전에도 장기수선계획 조정에 관한 검토 없이 장충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장충금을 엄격하게 관리, 사용토록 한 관련 규정의 입법목적을 잠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기각했다. 
한편 A씨는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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