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인천 부평 경남1차아파트 차홍진  관리사무소장

심리학의 용어에 페르소나라는 용어가 있다. 로마시대에 연극무대에서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 가면이 페르소나다. 가면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다른 삶을 연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신의 맨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이 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자기의 신념이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보이지 않는 페르소나를 뒤집어쓰고 상대를 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과연 자신의 의지와 열망의 부름대로 살아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우리의 이기적 욕망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진정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특히 관리소장이라는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린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에 아니 삐뚤어진 운동장에 서 있음이 분명하다.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 씨는 밥에는 낚시 바늘이 들어 있다고 했다. 거저 들어오는 공짜 밥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밥벌이 일터인 관리사무소에서 우리가 베푸는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착각하는 입주민이 많으며 단지 입주민이라는 이유로 갑이라는 우월감을 갖고 관리직원들을 하대하는 갑질에 페르소나는 절대 필요한 기재다. 말이 그 사람의 인식 수준이라고 한다. 소리부터 지르는 입주민을 이길 수 있는 마법의 언어가 있으면 좋겠다. 입주민들에게는 허용이 돼도 관리소장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간 주택관리사의 과잉배출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어 왔다. 본디 법은 힘 있는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의 공동주택관리법에 관리소장의 권한과 신분보장을 위한 조항은 선언적 언급에 그치고 있고 그동안 많이 개선되고 투명해 지고 있는 공동주택 관리 환경에 또 다시 직업 동대표 출현을 조장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 검토되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갑질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천민 자본주의 논리와 연결돼 있으며, 우리 사회의 단체가 개인보다 더 중요하고 상하관계가 확실해 서열을 존중하는 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깊다.
우리는 언제나 어떻게 인간관계를 선하고 아름답게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사는 날까지 내게 주어진 어떤 삶이라도 겸허하게 끌어 안고 또 헤쳐 가야  한다. 행복이란 넓게 보면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라 했다. 가면을 벗어야만 비로소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면을 쓰고 있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싶다. 승리에서는 작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패배로부터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패배 아닌 패배를 통해 배워야 한다. 그러나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모두가 관성으로 받아하며 똑 같은 생각만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아우슈비츠보다 더 끔찍한 일은 세상이 아우슈비츠를 잊는 것이라 한다.
우리는 공동주택관리의 전문가로서 주인의식을 가진 근로자여야 한다. 그리고 작은 조직의 장으로서 지나친 자만심을 경계해야 하고 겸손할 필요가 있다. 주인은 스스로 일하고 머슴은 누가 봐야 일한다. 주인은 힘든 일을 즐겁게 하고 머슴은 즐거운 일도 힘들게 한다. 주인은 일할 시간을 따지지만 머슴은 쉬는 시간을 따진다. 
약자는 강자를 이길 수는 없지만 활용할 수 있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
페르소나를 완전히 벗을 수 있는 날까지…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