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75>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그러려니 하다’는 당연하거나 꼭 옳지 않아도 대충(적당히) 넘어가는 것으로 영어로는 Roll Over(굴러 넘어가다, 이월하다)라고 합니다. ‘그럴 줄 알고’는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 뒀다가 해결하는 것으로 전자는 내가 봐주는 것이고, 후자는 문제를 만들거나 공격하는 경우에 미리 준비해 둔 방법으로 적절히 대처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누가 편하게 사는 것일까요?

1. 그러려니 하고 살면 편하기는 하다
그러려니는 어감상 ‘포기한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너그러이 이해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마디 두 개의 뜻인 것이지요. 포기하고 살면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지지만, 이해하면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고 너는 그러려니 할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포기하면 소외되고, 이해하면 어울려 살게 됩니다. 동대표들 중에도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직원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는 헤어질 수 없는데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하는 경우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면서 포기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포기는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너그러워 지는 ‘그러려니’가 돼야 내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됩니다. 어차피 떠나지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관리업무니까요.

2. 그럴 줄 알고 준비하고 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그 콘서트의 ‘그럴 줄 알고’ 코너는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뒀다가 상대가 공격하면 그럴 줄 알고 준비한 것으로 대응하고, 대응하다가 준비한 것이 떨어지면 ‘그럴 줄은 몰랐네’라고 하면서 끝이 납니다. 관리업무를 하면서 ‘대안’이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꼭 업무뿐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대안이 없는 삶은 불안합니다. 시간은 건너뛸 수 없으니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데 너무 길이 많습니다. 문제는 정답이 있는데 다른 대안을 찾는 경우입니다. 때로는 공부가 부족해서, 상황을 오인해서, 잘못된 욕심으로 정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관리업무는 끝없는 선택의 과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럴 줄 알고 준비한 것처럼 잘 선택할 수 있을까요? 선택에는 차선이 마련인데, 최선의 선택은 못 하더라도 최악의 선택을 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3. 관리업무는 그러려니 하면 안 된다
어떤 단지에서 배관교체 사업을 하면서 공사비 일부를 구청에 지원 신청해 승인이 됐는데 동대표들끼리 서로 지지하는 업체가 달라 입찰참가 자격을 놓고 싸우다가, 구청의 시정권고를 받고도 다수파가 시정권고를 듣지 않고 입찰 후 업체를 선정해 계약까지 했지만 구청에서는 지침 위반을 이유로 지원계획을 취소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20억원이 넘는 공사비의 일부를 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입주민들은 녹물과 배관의 누수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또 계약을 체결한 업체에서는 공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입대의가 곤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입대의에서 계약을 할 때 관리소장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포함해 계약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은 부담하지 않게 됐는데, 입대의 회장이 계약자니 알아서 하라고 그냥 뒀으면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특정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생각에 특별한 참가자격을 제한한 것도 문제지만 관리소장이 계약무효 조항을 넣지 않았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관리업무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러려니 하면 안 되고 그럴 줄 알고 필요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기해야 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