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정전사고

사 설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18.07.23 13:05:47l10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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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이제야 긴 비의 끝이 보일 때쯤 됐을 텐데, 올해 장마는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짧게 지나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장마는 이미 이달 초에 끝났다.
장마기간은 보통 한 달 이상인데 올해는 중부지방 11일, 남부지방은 1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대 두 번째 짧은 장마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7월 초부터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다. ‘열대야’란 말도 일상용어가 됐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달려갈 것이다. 이 시기엔 당연히 건물 관리직원들도 순환 휴가를 떠나지만, 한편으론 관리에 비상이 걸리기도 하는 때다.
관리의 최대 난적은 동장군이라서 겨울이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여름의 폭염 역시 관리에 큰 부담을 준다. 여름에 가장 위험한 분야는 ‘전기’다.
낮엔 물론이고 밤에도 에어컨을 켜면서 변압기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가 늘고 있다. 지난 여름에도 정전사고가 속출해 입주민들이 찜질방 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입주민 A씨는 지난 여름을 떠올리면 가족들에게 미안했던 경험 때문에 쓴웃음을 짓는다. A씨는 지난해 하계휴가를 맞아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형님가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 전해까지는 A씨 가족이 농사를 짓는 부모님 댁으로 가서 더위도 피하고 일손을 도왔지만, 이번엔 모처럼 도시 관광을 시켜드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계획은 첫날부터 어긋나 버렸다. 온 가족이 늦은 시간까지 담소를 나누던 중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에어컨과 선풍기는 물론이고 모든 전등이 꺼져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30여 분. 10명의 대가족이 모인 아파트 거실은 서서히 찜통으로 변해갔다. 금세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직감한 A씨는 결단을 내렸다. 대가족을 이끌고 인근 찜질방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이것도 재미있는 추억”이라고 했지만, 잠을 설쳐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본지가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를 표본조사한 결과 수전용량이 기준에 못 미치는 아파트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한 곳은 필요용량의 15%에 불과했다. 건축 당시엔 전체 가구가 한꺼번에 많은 전기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비용절감 차원에서 변압기 등 수전시설용량을 적게 설치했겠지만, 에어컨 사용이 일반화된 현재로선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변압기 용량이 부족해 과부하가 걸리면 수명이 급격하게 단축되고, 폭발로 인한 대형화재의 위험까지 상존한다.
무더위의 절정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올여름도 정전사고가 속출할 것이다. 입주민의 불편함도 문제지만 안전사고도 걱정이다.
수전용량 증설과 변압기 교체공사를 하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리주체와 입주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휴가철엔 좀도둑도 출몰한다. 장기여행 떠나는 가정을 귀신 같이 알아내고 빈집털이에 나선다.
신문과 우유배달을 중지시켜 문 앞에 쌓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거실에 등 하나를 켜두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경비실 에어컨 달아주기 운동이 벌어져 감동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찜통 경비실이 더 많다. 고령 경비원의 건강이 걱정이다.
입주민과 관리직원 모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무사히 폭염의 강을 건너길 빈다.

한국아파트신문사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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