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풍감전망대에서 바라본 태하등대 능선과 현포해안 그리고 멀리 천부항과 송곳봉의 자태가 신비하다.

북동 끝 섬목 일대에서 가장 높은 석포 전망대에서는 해가 지고 해가 뜨는 섬의 언덕에서 별이 바다로 떨어진다. 야간에 대풍감전망대에 오르면 적막한 태하등대의 불빛과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들이 그림 같은 잔영으로 밤바다에 어우러진다. 해발 440m의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는 새파란 동해바다와 함께 저동항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여름철이면 어둠이 만들어내는 별빛과 저동항의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저동어화(苧洞漁火) 풍경 또한 놓칠 수 없는 울릉도의 밤 볼거리다. 
배로 가는 섬 여행은 기상조건이 중요하다. 자칫 비바람이나 태풍으로 배가 뜨질 못해 취소되거나 아예 현지에서 발이 묶여 몇 날을 더 묵어야 하는 행복한 초조함도 감수해야 한다. 멀미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때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여행길이기도 하다. 특히 울릉도는 동해의 먼 바다로 일기예보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가 중에서도 아직 울릉도를 가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한번쯤 가봤다는 사람들도 열악한 교통과 숙박시설로 인한 패키지 관광에 묶여 일주도로 위주의 울릉도를 여행하곤 한다. 한 번의 여행으로는 울릉도를 알 수 없다. 태양의 빛이 바다에 떨어지며 만들어 내는 오묘한 빛의 변화와 깊고 먼 바다 섬의 특이한 생태, 화산이 만들어 낸 지질은 울릉도를 알면 알수록 신비의 숲처럼 나를 부른다. 
몇 번의 울릉도 여행 후 이번에는 날씨가 가장 안정적인 유월의 어느 몇 날을 백패킹으로 숲길과 언덕의 전망대에서 밤을 보내며 바다와 섬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 도동해안산책로는 울릉도·독도의 지질공원으로 도동항에서 행남등대로 이어지는 울릉도의 초기 화산활동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행남해안길 초입에는 높이는 4m에 불과하지만 수령은 무려 3,000여 년이나 된 우리나라 최고령 울릉도 향나무가 있다.

#여행의 시작

울릉도는 지역적으로는 두 개의 면인 서면과 북면, 그리고 울릉읍으로 구분해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과 저동항을 기점으로 사동→통구미→남양→태하→현포→천부→나리분지→섬목까지 가는 일주도로와 연계한 관광여행과 도보 코스로 내수전길, 태하옛길, 행남등대길과 성인봉 등산과 같은 숲길 코스로 구분한다. 
울릉도의 전망대와 밤의 풍경을 추가하면 좋다. 서면에 있는 태하는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풍감(待風坎)과 태하등대가 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이 빼곡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대풍감의 깎아지른 기암에는 수없는 갈매기들의 서식처로 태하등대 기암능선의 장엄한 풍광과 좌우로 연결된다. 대풍감은 ‘바람을 기다리는 구덩이’란 뜻이다. 육지 사람들이 목재가 많은 울릉도에 와 새 배를 만든 후 바위 구멍에 닻줄을 묶고 돛을 올린 후 육지 쪽으로 세찬 바람이 불면 닻줄을 끊어 그 기세로 육지까지 내리 달렸다고 한다. 
대풍감전망대는 태하향목 관광 모노레일을 타면 편하게 갈 수 있다. 나리분지로 갈 수 있는 입구인 천부리에는 해중전망대, 천부풍혈, 천부일몰전망대 등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 일주도로는 북면의 섬목에서 끝이 난다. 석포 동쪽에 산이 바다로 뻗다가 중간이 끊어져 다시 일어서서 관음도가 됐다. 이 사이가 섬의 목과 같다 해 섬목이라 하며 배를 정박하기에 좋은 항구라 해 선창포라고도 한다. 도선이 왕래하던 곳으로 북면지역의 주요 교통로다. 수직 직벽의 해안절벽 사이사이를 뚫어 2018년 가을에 완공되는 북동쪽 섬목에서 내수전까지 3㎞ 구간이 완공되면 울릉도의 일주도로가 완전히 연결된다. 
바닷길과 가파른 산허리를 둘러가다 먹구름 사이로 바다 위에 몇 가닥으로 쏟아지는 푸른 햇빛은 일주도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색다른 바다 위 비경이다.

▲ 무인도인 관음도는 소를 키웠던 방목장으로 면적 2만1,600여 평으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갈대, 억새풀, 부지갱이나물, 쑥 등 각종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섬 아래쪽에 2개의 동굴이 있다.

#걸어야 느끼는 치유여행

울릉도 숲의 수직분포는 냉대림이 있는 한라산과는 달리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여름에는 서늘한 기온을 갖고 있어 성인봉(984m)을 중심으로 온대북부의 수목과 남부지방의 난대림으로 이뤄져 있다. 
성인봉 등산은 도동에서 출발하는 대원사코스와  KBS중계코스가 있고 삼나물 밭이 있는 해발 400m 안평전 마을에서 출발할 수 있는 안평전코스가 있다. 성인봉 정상→알봉전망대→신령수→나리분지를 거쳐 천부로 가는 코스다. 울릉도는 화산이 두 번 분출해 형성된 ‘2중 분출화산’으로 ‘나리분지’는 첫 번째 분화구고 ‘알봉분지’는 두 번째 분화구로 백두산의 ‘천지’나 한라산의 ‘백록담’과 달리 분화구에 물이 고이지 않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화산섬이다.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해 형성된 화구원으로 울릉도 유일한 평지다. 동서 약 1.5㎞, 남북 약 2㎞의 나리분지는 화구원 안에 있던 알봉(538m)의 분출로 두 개의 화구원으로 분리돼 북동쪽에는 나리마을, 남서쪽에는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알봉마을이 있다. 옛날부터 이곳에 정주한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어 먹고 연명했다 해 나리골이라 불렀다. 1962년 천연기념물 52호로 지정된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와 용출소, 신령수 등도 나리분지의 귀중한 자산이다. 

울릉국화는 구절초와 비슷한 종으로 9, 10월에 핀다. 그 향기가 100리까지 가서 뱃사람들이 이 꽃향기로 방향을 알았다고 하는 섬백리향 군락지는 6, 7월에 홍자색으로 피며 나리에서 신령수 방향으로 20분 거리에 있다. 
산행이 끝나고 나리분지에서 먹는 산채비빔밥이나 동동주와 산채나물은 그 향이 아주 독특하고 씹는 맛도 좋다. 눈이 많이 오는 섬 특유의 기후와 섬의 지질과 맞물려 이른 봄 눈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나물로는 울릉미역취, 섬부지갱이, 고비, 삼나물 등이 있으며 봄철에는 명이(산마늘), 전호, 땅두릅 등이 유명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생산되는 삼나물(눈개승마)은 이른 봄부터 눈 속에서 자라기 시작한 어린 새싹을 채취해 삶아서 말린 알칼리성 산채로서 정력, 해독, 기관지에 좋고 비빔밥, 무침, 찌개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는 고급 산채다. 
울릉도의 숲길은 비단 성인봉으로 가는 산행코스뿐 아니라 태하에서 태하령을 넘어 남양이나 구암으로 빠지는 2시간 거리의 옛길도 걸을 만하다. 

▲ 성인봉·알봉전망대 - 알봉분지와 나리분지를 감싸는 운해

또한 섬목에서 석포와 내수전을 거쳐 저동항으로 이어지는 2시간가량의 내수전 트레킹은 울릉도의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주는 푸른 산소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아주 오래전 이 길은 저동-장재-나리분지를 넘는 길 다음으로 북면을 오가는 이들의 유일한 길이었으나 저동항에서 섬목까지 4.4㎞ 일주도로 미개설 구간에 충무호라는 도선이 다니면서 찾는 이가 없어져 험한 길이 됐다가 근래에 석포와 내수전 간의 울창한 숲길을 잘 다듬어 생태·자연길로 거듭나 바다를 끼고 있는 울창한 숲길에서 죽도, 관음도, 삼선암 등을 조망하며 걷는 트레킹 길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수령 50~60년생의 동백나무 숲과 울릉도 최고의 식생들을 관찰할 수 있으니 생태자연 1등급 지역으로 전국 최고로 꼽힌다. 중간의 정매화 쉼터는 도동에서 천부마을로 가는 중간에 예전에 정매화라는 사람이 살던 외딴집이 있었고 이후 이효영 부부가 슬하에 삼남매와 1981년까지 19년 동안 옛길에서 조난 당한 300여 명을 구조했다는 따뜻한 미담이 서려 있는 곳이다. 동해의 푸른빛 바다와 온갖 새의 소리는 싱그런 바람에 마음마저 상쾌해지는 길이다. 걸어야 느끼는 치유여행이다. 걷는 시간에 조금 더 투자한다면 현지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울릉도의 속살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여행의 깊은 여운을 오래 간직할 것이다.
울릉도는 가장 가까운 삼척·임원리에서 137㎞, 경북 포항에서는 217㎞다. 울릉군의 면적은 73㎢며 독도와의 거리는 92㎞다. 울릉도는 제3기~4기에 형성됐으며 깊은 바다 속에서 해상으로 분출한 현무암, 조면암, 응회암석으로 이뤄진 화산섬으로 경사가 급해 수심이 깊다. 성인봉이 중앙에 위치하고 바다 속 깊이 거대한 범종모양으로 이뤄진 ‘종상화산섬’으로 유인도인 매섬(죽도), 무인도인 관음도, 코끼리바위(공암), 삼선암, 북저암 등의 주변의 부속섬으로 이뤄져 있다. 
울릉도에는 독특한 음식이 많다. 별미인 홍합밥, 따개비칼국수와 따개비비빔밥, 오징어내장탕, 꽁치 물회나 약소고기는 울릉도만의 특별한 별미다. 

 

 

여행정보

☞포항여객선터미널 Tel. 1899-8114 / 1688-9565
☞강릉(안목항)여객터미널 Tel. 1577-8665
☞울진 후포여객터미널 Tel. 1644-9605
☞묵호여객터미널 Tel. 1577-8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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