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 폭행 후 “깨끗하게 봐주라”는 입주민

 

인천 모 아파트에서 일어난 소장 폭행사건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건 당시 경찰조사에서 폭행사실을 인정하며 피해자인 관리사무소장과 원만하게 합의를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가해자가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승강기 멈춤사고로 자신의 중학생 자녀가 갇히게 된 것에 불만을 품은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장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본지 2018년 7월 4일자 1면 보도 참조>
병원 치료를 받게 된 여성 소장이 가해자를 고소했고, 역시 여성인 가해자가 원만하게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합의를 위한 사과나 실질적 접촉도 없이 장문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모두 A4용지 9장으로 구성된 내용증명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아들이 만 13세 4개월 남짓 된 ‘18세 미만의 아동’이라며, 등교시간에 승강기가 2층에서 멈춰 30분 정도 갇혀 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고 전제하고, 사고 이후 등교를 했지만 어지러움, 불안감, 정서적 안정을 잃고 안절부절해 양호실에서 두통약을 복용한 후 휴식을 취했으나 다음날에도 증세가 지속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인천 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했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이 울분을 참지 못해 소장의 뺨을 때렸으며, 친정엄마와 함께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소장이 넘어져 손과 얼굴 등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은 것은 확인했으나, 경추부염좌와 요추부염좌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개월 전부터 정지사고가 있었다면서 관리사무소의 행동요령을 묻고, 공동주택관리법상 고의 또는 과실로 입주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며, 승강기 관리업체에 연락하는 것과 119구조대 출동 중 어느 것이 더 신속한지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말미엔 구두합의가 아닌 고소장 접수경위를 언급하며, 답신이 없을 경우 ‘강경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내용증명이 도착하기 전 가해 입주민은 소장과의 통화에서 “아이가 갇힌 것에 화가 나서 때렸다”며 “왜 고소했느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강조하면서 “소장이나 아이나 양쪽이 피해를 입었으니 깨끗하게 봐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증명은 소장뿐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위탁관리업체에도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편물이나 통화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사과나 보상의 의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해 소장은 병원 입원 치료 중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장전)의 지원과 조언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소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더듬는 등 여러 차례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보였다.
폭행 자체의 고통보다도, 출근길 입주민과 유치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는 것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더욱 커 보였다.
대주관 채희범 인천시회장은 “평온한 생활을 위해 수고하는 종사자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풍토에서 자부심이나 사명감이 생길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의 몫이 된다”며 “선량하고 따뜻한 입주민을 위한 친절과 최선의 서비스는 당연하지만, 폭행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 결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승강기가 멈추면 승객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특히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담보해야 하므로 전문가가 아니면 함부로 손대서도 안 된다. 관리직원은 대화 등을 통해 갇힌 승객을 안심시키고, 전문기사가 출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당일 소장의 출근시각은 8시 25분경. 업무는 9시부터임에도 “사고가 났는데 늦게 왔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다.
‘장’이란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관리사무소장. 전근대적 관리체계에 대한 구조적 개선 없이 최일선에서 총알받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그들. 언제까지 ‘모든 게 다 소장 책임’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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