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생명이었습니다
죽기 전에는 꼭 그대를 만나 보아야 한다는 
그래서 하느님은 일시 잘못한 이들의 가둠을
풀어 주고 내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
팔월 어느 날 집행정지 된 매미들이 일제히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라왔습니다
감나무, 대추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소나무
천국에는 푸른 나무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잎이 푸르기만 하면 어떤 나무이든
주저하지 않고 찾아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움은 늘 푸른 잎사귀 그늘에 앉는다는 것도
천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야 할 날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매미들이
지옥에서 맛보지 못한 천국의 
햇살들을 씹어 보며 탄성을 지릅니다
햇살알갱이들을 더 많은 자루에 가득 담아가기 위하여 
매미 떼들이 일제히 탈곡기 위에 몸을 얹힘니다
발판 위에 서서 몸무게의 힘을 이용하여 힘껏 발판을 누르면
탈곡기는 '오롱 오롱 오롱' 소리를 내며 빨리 돌아갑니다
빨리 돌아가는 탈곡기 위에 한 묶음씩 햇살을 얹히면
지옥에서 보지 못한 귀한 쌀 알갱이들이 
천국의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쌓여 갑니다
그리움이 '오롱 오롱 오롱' 감나무에 앉아
푸른 잎사귀 그늘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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