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동대표 임기제한 완화, 무엇이 문제인가 <2>동대표 ‘평생직업’으로 가나

 

동대표 준직업화 및 비리 근절 위해 동대표 중임제한 도입한 정부 왜 후퇴하나?  

 

아파트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는 지난 2010년 7월 6일부터 구 주택법 시행령(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동대표 임기를 2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당시 공동주택 관리비리가 만연해진 이유 중 하나로 동대표의 장기 재임에 따른 일명 ‘직업 동대표’로 인한 문제가 제기됐고, 공동주택 관리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를 위한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거쳐 동대표 임기를 제한하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러다 일부 아파트에서 동대표로 나서는 입주자가 없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및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자 정부는 2015년 12월 22일부터 500가구 미만인 공동주택에 대해서만 2회의 동대표 선출공고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동대표를 중임한 사람도 선출공고를 거쳐 해당 선거구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다시 동대표로 선출될 수 있다고 일부 완화했다.  
당시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었다. 모 아파트 입주민 A씨는 국토교통부 전자민원을 통해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면서 “자신과 같이 중간에 입주한 사람들은 동대표를 하지 못하게 부정선거를 하고, 서류열람을 거부하도록 관리소장에 압박을 가했다”면서 “중임제한 완화는 특정세력의 야합을 야기하며, 토착세력만 동대표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5월 정부는 현재 500가구 미만 단지에 대해 제한적으로 완화하고 있는 중임제한을 500가구 이상에도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중임 제한은 무보수 봉사직인 동대표의 준 직업화와 그에 따른 관리 비리 등이 사회 이슈화돼, 인적 쇄신을 통한 비리 근절을 위해 지난 2010년 7월 6일 도입돼 중임기간 4년이 경과한 2015~2016년부터 본격 적용돼 오고 있는 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동대표가 될 수 있는 공동주택 소유자의 거주비율이 50~60% 정도에 불과하고, 생업 등으로 관심이 적은 상황에서, 중임제한으로 기존 동대표가 배제됨에 따라 동대표 선출이 어려워 입대의 구성이 안 되거나 의결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경험 축적에 의한 전문성 단절로 관리주체에 대한 감독기능이 부족해져 입주민의 권익 보호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중임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2010년 7월 6일 동대표 중임제한을 신설했던 입법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500가구 미만 공동주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던 중임제한 완화규정에는 ‘해당 선거구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했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에서는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조건마저 삭제해 반대여론이 더 확산하고 있다. 
국토부는 가구수 구분 없이 2회의 선출 공고에도 후보자가 없을 경우 3회 째 선출공고부터 중임한 사람도 후보자가 될 수 있도록 입후보 기회만 일부 제한하는 내용으로 중임제한이 완화된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무제한 연임’ 또는 ‘평생 재임’을 허용하겠다는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수시로 바뀌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과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유권해석 등에 혼란스럽다고 유감을 표하고 있다. 
동대표 중임제한과 관련한 국토부의 유권해석 오류로 인해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이미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국토부는 2010년 7월 6일 구 주택법 시행령에 동대표 중임제한 규정을 명시하기 이전 공동주택 관리규약상 중임제한 규정이 있었더라도 동대표 임기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왔지만 2016년 9월 8일 대법원이 2010년 7월 6일 이전에 이미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중임제한 규정이 있었다면 관리규약이 우선 적용돼 임기 산정 시 그 이전의 임기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고 이를 인용한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자 결국 2016년 12월경 약 6년 만에 유권해석을 번복했다. 
이로 인한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갈등과 분쟁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중임제한 완화규정을 모든 공동주택으로 확대해 정부 정책을 변경할 경우 분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동대표 선출 및 임기를 둘러싼 입주민 간 분쟁과 다툼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때마다 하급심 법원들은 위의 대법원 판례(2015다39357)를 참조해 “입대의 구성원인 동대표의 임기를 정하면서 중임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은 동대표의 장기적인 직무수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업무수행의 경직이나 충실의무 해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각종 비리, 입주자 상호 간의 분열과 반목 등의 부작용을 방지함과 아울러, 다수의 입주자들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입대의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입대의의 적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도모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인용하면서 중임제한 규정의 입법취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모 아파트 입주자 B씨는 아파트 비리에 대한 보도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우리 아파트는 다르겠지’ 생각하면서도 검증도 할 겸 단지를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고심한 끝에 동대표에 입후보했지만 동대표 후보등록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뒷얘기를 털어놨다. 동대표에 입후보하자 기존의 동대표가 경비원까지 동원해 후보등록 철회를 권유했다는 것. 위 아래층에 살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부딪힐 이웃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B씨는 결국 동대표 후보를 철회했다는 사연을 밝히면서 기득권자의 불합리한 요구에 너무 쉽게 굴복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할 동대표 선출과정이 아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동대표 임기가 끝났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새로운 동대표 선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례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때마침 지난주 본지에 입주민으로부터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됐다. 
경기도 고양시의 모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제보자는 입대의 구성원 중 회장을 비롯한 3명의 동대표가 중임제한에 걸려 더는 동대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관할관청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의 새로운 동대표 선출을 위한 업무를 계속 방해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통하지 않길 바라지만 이런 일은 의외로 더 많이 자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물론 대다수의 선량한 동대표들은 무보수 봉사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2018년 업무계획으로 동대표 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소유자가 아닌 사용자, 즉 세입자도 입후보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동대표 자격을 확대해 비정상적인 관리를 예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동주택 관리비리를 근절하고 투명한 관리를 제고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입주민들의 관리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일부 아파트에서 제기하는 동대표 미선출로 인한 비정상적인 입대의 운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공동주택 관리제도와 관련한 중점 업무계획으로 세입자도 동대표로 입후보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동대표 중임규정 완화 확대는 이와는 상반된 정책임이 분명해 보인다. 입주민들의 관리 참여 확대는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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