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의사와 달리 민간어린이집 선정 강행 사업주체 ‘물의’
소장, 부적법한 선정과정 문제제기 했다가 결국 ‘억울한 해고’

[긴급취재] 신규 아파트 어린이집 선정 의혹-남양주시 A아파트 입주민 ‘사업주체 갑질 근절’ 청와대 국민청원 마근화 기자l승인2018.06.11 13:13:11l1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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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남양주 A아파트 입주자

올해 입주한 신규 아파트의 최초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과 관련한 잡음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말경 입주를 시작한 경기 남양주시의 A아파트는 어린이집 선정문제를 둘러싸고 관리사무소장 B(여)씨를 비롯한 직원들이 사업주체(시행사) 측의 교체 요구로 해고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B소장은 이미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통해 사업주체 관리기간이 끝난 후 입대의가 새로운 관리업체를 선정하더라도 고용승계가 보장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24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A아파트를 떠나게 된 B소장은 입주민들을 위해 사업주체의 부적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결코 따를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해 8월 16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9조의 3이 개정·신설되면서 입대의가 구성되기 전에 사업주체로 하여금 입주예정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 어린이집 임대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악용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B소장은 제29조의 3에는 사업주체는 입대의 구성 전 입주예정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어린이집을 계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미 입주자들의 과반수가 입주를 완료한 상태여서 사업주체가 어린이집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우려돼 동의 여부를 받기 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할관청은 “해당 단지와 같이(3월 5일 기준 약 60% 입주)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한 경우에는 입대의 구성 후 관리방법의 결정에 따라 관리주체를 선정해야 하며, 해당 관리주체로 하여금 관리규약에 규정한 대로 어린이집 임대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회신했고, B소장은 이 공문을 사업주체에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주체는 처음부터 민간어린이집 운영자를 선정하기 위해 ‘임대기간 5년, 임대보증금 2,000만원, 임대료 150만원’이 적힌 동의서 양식으로 입주자 동의를 받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규약에서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 중 입주자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B소장은 사업주체의 부적법한 지시를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이에 동의서를 수정해 관리규약에 의거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고, 과반수의 입주민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원한다는 투표 결과(국공립 242가구, 민간 37가구)가 나왔다. 그러자 사업주체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처음에 보내준 동의서로 다시 투표할 것을 지시했다. 부당한 지시였기에 B소장은 역시 거부했다. 이후 사업주체가 직접 민간어린이집 동의를 받기 위해 나서면서 입주민들의 민원도 속출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찬성했는데 왜 사업주체에서 민간어린이집 선정에 동의를 해달라고 전화를 하느냐”며 입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 
사업주체는 민간어린이집 동의가 나오지 않자 B소장을 불러 민간어린이집 동의를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국공립을 원하는 입주민들의 뜻을 저버리거나 법을 위반할 수 없었던 B소장은 부당한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며 사업주체의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다음날 사업주체는 위탁관리업체에 B소장을 즉시 교체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다. 소장 교체 요구는 그 뒤로 몇 차례 더 이어졌고 이행되지 않자 지난 5월 14일 위탁관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B소장은 “불법인데도 시키면 해야 하는가”라며 씁쓸해했다.
그 사이 입대의가 구성돼 4월 23일부터 임기가 시작됐고 회장 선거를 거쳐 관할관청에는 4월 30일 입대의 구성 신고가 이뤄졌는데 입대의 회장이 알지도 못하는 민간어린이집 계약자로부터 업무방해죄로 고소당하는 일까지 자행됐다. 
B소장은 사업주체로부터 어린이집 계약을 했다는 통보를 받지도 계약서를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시공사가 갖고 있던 열쇠를 어린이집 계약자에게 줬던 것. 입대의가 구성된 상태였기에 B소장은 입대의에 이를 보고했고, 입대의 회의에서 어린이집에 잠금장치를 하기로 의결하자 이를 이행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계약자가 입대의 회장을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B소장은 관리주체는 본인인데 계약했다는 통보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인이 단지 시설물에 불법으로 들어가 CCTV를 설치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는 당연한 관리주체의 업무라고 전했다.
더욱이 수의계약을 먼저 하고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은 정황까지 포착됐다. 나중에 관리업체 관계자로부터 “계약을 벌써 했다고 하니 동의를 빨리 받아 달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B소장. 입대의 관계자는 실제 계약서에도 4월 10일로 표시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부적법하게 선정된 어린이집 운영자 계약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법령에서는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 동의를 받았을 경우에는 게시판이나 인터넷에 게시하고 입주예정자에 개별통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절차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진 데는 관할관청의 불합리한 업무처리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입주민들은 사업주체가 신청한 민간어린이집으로 인가가 나기 전에 입대의도 입주자 과반수가 동의한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인가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담당부서에서는 입주자 동의의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민간어린이집으로 인가를 내줬다며 분개했다.  
이에 담당부서에서는 입대의에 제안을 해왔다. 5년간 민간어린이집으로 임대차계약이 맺어진 상태이니 약 1년 후 국공립으로 전환하되 최초 위탁운영자를 현 민간어린이집 원장으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입대의 측은 입주민들은 처음부터 국공립을 원했다며 이 같은 입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민간어린이집 운영자와 계약한 사업주체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으며, 사업주체가 입주민들 몰래 체결한 민간어린이집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에는 한 입주민이 ‘시행사 갑질 및 허위사실 유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안, “시행사 지시를 안 듣는다는 이유로 관리사무소 직원을 부당해고했고 시행사에서 선정한 사람들이 관리사무소를 장악했다”면서 “그런 상황에 (시행사 관계자)선거관리위원회가 입대의 자체를 해체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한 후 입주민 반발에 부결됐음에도 선관위원장 혼자 사인한 서류를 보여주면서 동대표가 해체됐다고 공지했다”며 입주자들의 재산권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인근 아파트 모 소장은 입주민들을 위해 소신껏 업무를 하려던 소장의 해고 소식에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는 “시행사의 갑질과 횡포로 8명의 관리직원들이 해고당했다”며 직원들의 억울함을 대신 호소했고 관리업무 마비에 따른 입주민들의 불편을 우려하기도 했다.  
사업주체의 불투명한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과정에서 비롯된 A아파트의 분쟁은 선관위의 입대의 해산 결의 추진(무산), 선관위원장에 대한 해촉 결의 등 입주자 간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정상화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분쟁이 심화되자 지난 4일 세 곳의 관계부서에서 뒤늦게 공동으로 실태파악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으나 사업주체 및 관리주체 측이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자료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공문으로 관련 자료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화성 C아파트, 국공립 ∙ 민간 선택권도 부여하지 않아 의혹만…


공교롭게도 지난 3월 말경부터 입주에 들어간 경기도 화성시의 C아파트도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을 두고 일부 입주민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C아파트 관리주체는 사업주체의 자회사로, 관리주체는 지난 4월 초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 민간어린이집 운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사업주체가 입대의 구성 전에 입주자들을 대신해 어린이집 운영자를 선정하려면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운영방법을 선택할 기회조차 입주예정자들에게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D씨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9조의 3 및 관리규약에 근거해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 중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원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의서 양식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다면서 어린이집 선정절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입주자들을 기망해 민간어린이집만으로 동의를 받은 것은 엄연한 위법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법령상 사업주체는 어린이집 운영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입주예정자에게 개별 통지를 해야 함에도 사전에 개별 통지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면서 어린이집 선정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명백히 밝혀줄 것을 관할관청에 요구했다. 
특히 사업주체에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이 “입주민들의 편의증진을 위해 어린이집 조기개원을 진행하고자 입주예정자 과반수 동의를 완료했으며 민간어린이집 운영업체 선정을 신속하게 진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기재한 문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사자인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이 같은 문서를 보낸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이었던 E씨는 관할관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입주예정자협의회장 명의로 사업주체에게 입대의 구성 전 사업주체로 하여금 어린이집 운영자를 선정해달라고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체가 관리주체에게 발송한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 진행요청’ 공문은 사업주체의 대표가 아닌 시공사의 현장대리인 명의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민 D씨는 “입대의 구성 전 사업주체의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에 관해 제29조의 3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공동주택 관리를 문란하게 하고 있다”면서 “신속한 감사를 통해 위법 부당한 사실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처분을 해달라”고 감사 요청을 했으며 “관할관청의 처분결과를 토대로 소송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할관청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자료제출을 요구해 검토 중 자료가 미비해 추가적으로 자료를 요청,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법률자문 등을 거쳐 규정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행정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적으로 입주민들 사이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기존 아파트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을 유치하려는 단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신규 아파트에서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한 어린이집 조기 개원이라는 미명하에 법령을 악용, 입주자들의 뜻을 무시한 채 입주자들의 재산권을 남용하고 있는 이 같은 폐해가 개탄스럽다는 한 입주민의 목소리가 허공의 메아리로 남지 않길 바란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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