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⑧ >>집건법과 공주법의 발전방향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여러 법적 공백이 존재하는데 공동주택 단지의 대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그중의 하나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단지란 주택과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되는 일단(一團)의 토지를 말한다. 분양자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아 단지 위에 주택을 건설하게 되는데 단지에는 주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대시설과 부속시설도 있다. 부대시설은 모든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차장, 관리사무소, 담장, 공동설비, 경비실, 자전거보관소 등을 말한다. 복리시설은 근린생활시설이나 유치원, 주민운동시설과 같은 입주민 등의 생활복리를 위한 공동시설을 말한다. 복리시설은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업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복리시설을 배치하지 않으면 아파트 건설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을 수 없다. 복리시설은 입주자들의 공유인 경우도 있지만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함께 분양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 상가가 분양된 복리시설에 해당한다. 
복리시설이 분양되는 경우 시설 자체는 공동주택이 아니므로 시설의 관리에 대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는 복리시설의 구분소유자들에게 관리비를 부과할 수 없으며, 아파트와 별도로 집합건물 관리단이 복리시설을 관리하게 된다. 
건물 자체 관리와 관련해서는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데 단지의 대지는 입주민들과 상가 소유자들이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동관리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서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불행하게도 공동주택관리법은 대지의 공동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특히 주차장 이용과 관련해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입대의가 단지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해 출입증이 없는 차량은 경비실을 경유해 출입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단지에 외부차량이 출입하지 않게 돼 불법주차를 방지할 수 있고 단지 내 교통사고도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주차통제를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상가 소유자들의 입장에서는 방문객의 주차장 이용이 번거롭게 되기 때문에 고객이 감소하는 불이익을 우려해 주차통제에 반대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우에 법원은 어떻게 판단을 할까? 출발점은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가 모두 대지공유자로서 대지사용권을 갖고 있으며, 대지사용권을 갖고 있는 구분소유자들은 자신들의 대지에 대한 지분비율과 상관없이 대지 전체를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단지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은 상가 소유자들의 대지사용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법원은 상가 소유자들의 대지사용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따라 차단기 설치가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대지사용권을 침해하는가? 주차장 이용관계, 통제방법, 이해득실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획일적인 기준은 없고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하급심 판결 중에는 차단기 설치가 상가 소유자들의 대지사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 대지사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로 상가 소유자들이 주차장의 보안시설이나 보수를 위한 비용의 분담을 거절했다는 점을 언급한 경우도 있다. 결국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의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에 차단기 설치가 합법적인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공동주택 건설을 위해서는 복리시설을 필수적으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단지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들이 함께 대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서 법은 침묵하고 있다. 이 문제는 주상복합아파트도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들이 어떻게 전체 건물을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과 비슷한 문제다. 법의 규정으로 인해서 뻔히 분쟁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나 기준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까? 먼저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들이 서로의 대지사용권을 존중해야 한다. 즉 입주민들은 대지 관리에 있어서 상가 소유자들의 대지사용권을 고려해야 하며, 상가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대지사용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상가 소유자들도 대지의 공유자이므로 대지의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이 점을 바탕으로 대지의 사용방법과 비용 분담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는 입대의와 상가관리단이 협의해 정해야 한다.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만약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법에서는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최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위원회에서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사례들을 유형화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형성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규정해야 한다. 복리시설인 상가가 공동주택이 아니라고 해서 공동주택관리법이 대지에 관한 분쟁해결의 기준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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