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전.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저격당했다. 이 총탄이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다.
20세기 초, 독점자본주의로 팽창된 경제배출구를 찾던 나라들이 제국주의국가로 변신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이 와중에 황태자 피살사건이 일어나면서 독일-오스트리아 동맹이 전쟁을 일으켰다.
결과는 동맹국의 패전. 이 전쟁으로 독일에서는 인구 6,000만명 가운데 1,100만명이 동원돼 177만명이 전사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러시아에선 혁명이 일어나 차르체제가 무너졌다. 독일에서도 혁명이 일어나 제정(帝政)이 종식됐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회의인 베르사유 조약은 독일에게 매우 가혹한 처분을 내렸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잉태하는 비극의 씨앗이 됐다.
독일 국민의 원성을 이용해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일본, 이탈리아와 손잡고 2차 대전을 일으켰다. 연합국에 고전하던 독일이 얕잡아봤던 소련에 대패하면서 히틀러의 자살과 함께 항복을 선언했다. 이탈리아에선 무솔리니가 살해됐고, 마지막으로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하며 세기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은 진짜 세계전쟁이었다. 연합국 측이 49개국, 동맹국 측이 8개국이었고, 중립국은 6개뿐이었다. 전체 참전군인 1억1,000만명 중 2,700만명이 전사했고, 민간인도 2,500만명이 희생됐다. 소련에서만 2,000만명이 죽었고, 독일 인구의 10분의 1이 사라졌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긴 전쟁으로 기록됐다. 1차 대전에 비해 참전병력수는 2배, 전사자는 5배, 민간인 희생자는 자그마치 50배에 달한다.
세 번째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인류가 절멸할 것이란 예측은 기우가 아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5년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우리 민족 최대의 아픔인 6·25 기간 동안 520만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이산가족만 1,000만명 규모다. 당시 한반도의 인구는 2,000만~3,000만명이었다. 양쪽의 사회 경제 기반시설들도 철저하게 파괴돼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더 큰 비극은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남과 북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매카시 광풍이 불어닥쳤다.
그런데 이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국지전임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연합국으로 참전한 한국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긴 휴전’의 신기록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휴전은 영원할 것 같았다. 전쟁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종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평화협정’이란 말이 나온다.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기적처럼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반색하며, 행여 이 기회가 날아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989년 11월 9일, 독일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 통일은 벼락처럼 찾아왔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3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상당수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남쪽주민과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다가 노구를 이끌고 귀국한 사할린 동포가 함께 사는 아파트가 여럿이다. 일부 아파트에선 이들 사이에 심각한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인천 남동구 논현주공14단지 등대마을에선 이들을 통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파와 해외파 어르신들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사할린 경로당’을 만들고, 겉도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봉사단으로 조직해 아파트의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 바로 옆 ‘통일동산’을 비롯해 단지 곳곳에선 수시로 다양한 문화축제와 알뜰장터, 환경계몽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게 남과 북, 사할린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모든 구성원이 ‘우리’라는 공동체 속으로 뜨겁게 녹아들고 있다.
오랫동안 물과 기름처럼 따로 어울리며 서먹했던 입주민들을 하나로 묶어낸 건 서창원 관리사무소장이다. 그가 단지 안의 ‘작은 남북통일’을 이룩했다.
사막의 신기루 같았던 통일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주택관리사들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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