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날품을 팔던 하루살이 떼
이마에 땀방울이 솟는 걸 보았어
미세하게 흔들리는 가로등은 그들의 안식처
그중 한 마리 앓던 이를 뽑으러 숲으로 들었고

달빛은 마른 멸치의 눈빛으로
사내의 방 쪽창 틈을 비집고
용접공으로 보낸 시절의 눈썹을 다듬네

저린 손끝에 서성이는 형광 불이
면발에 가 닿지 못한 수프를
주섬주섬 냄비에 욱여넣네
냄비 속에 웅성거리는 면발들의 귀울음

대처로 간 둘째는 어디에 거처를 얹었을까
층층나무 시든 꽃잎 한 장 앓던 이를 덮었을까
용접 불꽃 쏘아 올리던 월급봉투 시절
낡은 사진첩의 휘날리던 저 옷자락
얼마쯤 지나야 보름달은 흰 이를 드러낼까
가로등은 몽유병을 앓듯 생각 밖이고
숲으로 간 하루살이는 소식이 감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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