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취재] 새 입대의 구성 후 간담회 열어…대주관과 대응방안 논의

 

“아파트 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 개선에 앞장설 것”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격 없는 입주민이 입대의 회장 행세를 하며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업무방해, 횡령 등을 일삼아 피해를 입은 경기도 안산시의 모 아파트<관련기사 제1070호 2018년 4월 18일자 게재>가 새 입대의를 구성하고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함께 피해회복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3일 경기 안산시 모 아파트에서 대주관 황장전 회장, 이선미 경기도회장, 하원선 서울시회장, 조미숙 경기도회 부회장, 임한수 권익법제국장, 한용훈 중부권역권익위원장, 명관호 권익팀장, 장태선 경기도회 권익위원을 비롯해 이 아파트 강모 관리소장 및 입대의 회장과 각 임원진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달 새롭게 선출된 입대의 회장 및 감사 등 임원진 소개에 이어 입대의 회장을 사칭해 위법을 저지르고 아파트에 피해를 입힌 입주민 A씨에 대한 법적 조치 경과 설명과 대책 등이 논의됐다.

대주관 황장전 회장은 “한 단지에서 일개 입주민이 회장을 사칭하며 8년 동안이나 전횡을 일삼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막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동대표 중임제한 규정을 완화한다면 전국적으로 이런 부당사례가 비일비재하게 확산될 것이 뻔하다”고 강조하고 “중임제한 완화규정은 결코 후퇴할 수 없는 아파트 관리의 핵심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대주관이 강 소장 등에 대한 법률 조언 및 A씨의 부당·위법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한 것에 힘입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즉시 긴급 주민총회를 개최해 입주민들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알리고 입주자 자문위원단을 구성했으며, 관할관청에 감사를 청구하기 위한 주민동의서 확보에 나선 결과 최근 안산시청으로부터 올해 하반기 감사에 착수할 예정임을 통보받았다.
아울러 동별 대표자 및 입대의 회장과 감사 등을 새로 선출해 입대의를 구성했으며, A씨가 더 이상의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사업자등록증 및 거래은행 통장 인감을 변경하는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 대응책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게시물 무단 게시, 관리사무소 직원 등에 대한 일방적 해고 통보, 독단적인 경비원 면접 실시 등 방해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소장은 “8년 넘게 자행돼 온 A씨의 부당한 행위에 맞서기 위해서는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는데 대주관이 적극적으로 함께 나서준 덕분에 물러서지 않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아파트 구성원들과 함께 더욱 투명한 아파트를 만드는 동시에 관리에 무관심한 입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입주민 역시 “그간 관리업무에 무관심하다 보니 우리 아파트에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수년간 무법천지로 방치돼 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이번에 입주민들이 합심해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대주관이 입주민들의 앞뒤에 서서 문제의 심각성을 대외적으로 적극 알리고 개인으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단체 차원의 목소리를 내줬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대주관 경기도회는 지난달 21일 안산경찰서로부터 A씨에 대한 수사방향이 횡령·업무방해·뇌물수증 혐의를 밝히는 데 집중될 예정임을 통보받고 이에 대한 업무협조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미 경기도회장은 “그간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해 행정관청 등에 적극적으로 상황을 알렸지만 반응이 미온적이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하며 “정부의 무관심 등 어려움을 딛고 수사·감사 등이 진척돼 기쁘고, 앞으로도 월활한 수사를 위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용훈 중부권역권익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대주관이 주택관리사의 권익 보호를 넘어 입주민 전체의 권익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강 소장이 개인의 권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입주민을 위해 끝까지 부정에 대응해 나간다는 뜻을 밝힌 만큼 대주관 역시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힘이 되는 동시에 행정관청 및 수사기관 등과 실무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nj@hapt.co.kr
김남주 기자

 

한 명의 소장과 하나의 단체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방문했을 때, 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구성원 중 눈을 빛내며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는 단 한 사람, 관리소장뿐이었다. 서류를 탈취당하고, 소장실 집기비품이 하룻밤 새 모두 사라져버린 황당한 상황을 목도하며 직원들은 물론, 입주민과 동대표들조차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일개 입주민이 회장을 사칭하며 수년간 횡포를 일삼았음에도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내가 대표가 돼 단지를 장악하겠다’고 마음먹고 막무가내로 덤비면 대부분의 입주민과 직원들은 그런 사람을 감당해내지 못한다. 이 가짜회장 역시 법의 맹점을 악용해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독하게 나온 결과, 호기롭게 나섰던 사람들이 두 손 들고 물러서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럴수록 그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고, 권력은 무소불위가 돼 갔다. 지자체도 공권력도 ‘사적자치’란 허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소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어이없는 사태를 얼마나 더 겪어야 했을까. 단지엔 그의 싸움이 또다시 달걀로 바위치기에 그치고 말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때 ‘반드시 가짜회장을 몰아내야 한다’고 분위기를 반전시킨 결정적 인물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황장전 회장과 이선미 경기도회장이었다. 황 회장은 진상조사반을 꾸리고 법률 지원과 함께 안산시의회 등에 실태조사 요청공문 발송 등을 진행했으며, 이 회장은 싸움이 본격화된 4월 초부터 새로운 입대의가 건설된 5월 중순까지 무려 40여 일을 고군분투하며 입주민들의 단합된 힘을 북돋웠다. 시청과 경찰서를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의 곁을 한용훈 중부권 회원권익위원장이 보좌했고, 대주관 황장전 회장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입주민 간담회가 열린 지난달 23일, 황 회장이 다시 단지를 방문해 입주민들과 인사하고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승전을 진두지휘한 이선미 회장은 힘겨웠던 가짜회장과의 사투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고 말았다. 법제도가 부실하면 단지 하나를 바로잡는 데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들어간다.            

【이경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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