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긴 가뭄 끝에 
두꺼운 탈을 쓰고 온다
여자가 두꺼운 화장품 탈을 쓴 까닭은 알지만
봄장마가 쓴 탈의 까닭은 모르겠다 
사랑을 고백하려다가
수줍게 돌아가는 아가씨 같던 봄비가
하룻밤 보내고 눌러앉은 여장부처럼 줄기차다
산도 흙도 오르가슴으로 흠씬 젖고
막 태어나려던 새싹은 
빗줄기에 멈칫했다가 부스스 일어난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가 되어
봄에도 퍼붓느냐 물어보니
내가 보고 싶어 
무더기로 온다는 봄비  
감질나는 비에 수줍게 눈 떠야 하는 벚꽃이
장대비에 놀라 뭉그러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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