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양산 신도시 현대아파트

 

경남 양산시 중부동과 남부동 일대에 신도시 1단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이곳에 양산 신도시 현대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99년 12월. 이 아파트는 총 13개동 1,185가구로 중대형 규모로 조성됐다.


위기를 기회로, 공동체 활동의 시작은 ‘무관심’

작지 않은 규모의 아파트라도 입주자대표회의와 자생단체 간 알력과 이권다툼은 적지 않게 발생한다. 또 지나친 보신주의와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심, 일부 입주민 간 사소한 이해충돌 등으로 인해 인정은 각박하고 이웃 간 마음 씀씀이가 좁아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렇듯, 때때로 공동체의 모습은 설 땅이 좁아지고 그 존립 동력을 잃어간다. 양산 신도시 현대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마다 배꼽 모양이 다르다’는 말처럼 공동체 구성원들은 다들 개성 강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활동 기획단계에서부터 의견대립과 마찰은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공동체 활동을 하고자 하는 입주민들의 의욕이 꺾이기도 했다.
공동체 활동을 추진할 때마다 입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이 있었다. “왜 우리 동 앞에서 하느냐?” “다음부터는 여기서 하지 말아라” “활동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해야지 이게 뭐냐?”는 민원들이었다. 
아무리 좋은 일이고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한들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입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양산 신도시 현대아파트는 이를 ‘토론’으로 극복해 나갔다. 아파트에 산적해 있는 현안과제보다 더 많은 토론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두고 이웃 단지로부터 유별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계속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아파트 공동체의 구성과 존립에 대한 확신이 사라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웃 간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부딪힘이 필요했다.

 

▲ 왼쪽부터 입대의 박미선 총무, 이재금 선거관리위원, 입대의 강명구 회장, 김길자 부녀회장, 이정희 양주동장, 김정숙 통장, 나동연 양산시장, 그 외 부녀회원들
▲ 아파트 주차장 개방 협약 체결식

‘항의에 대한 이해’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

공동체 활동에 대한 입주민들의 항의와 반발을 두고 입대의는 고심하면서도 입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참여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각 자생단체의 장을 회의에 참석토록 하고 각종 현안에 관한 논의를 함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민주적 논의는 흔들림 없이 지속돼 오늘날의 입주민 공동체 활동을 위한 기틀과 초석이 됐다.
공동체 활동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해 입대의에서 지원하는 방법을 통해 이뤄진 첫 성과는 부녀회에서 추진한 ‘폐식용유 활용 비누 만들기’ 행사와 ‘아나바다장터’ 개설, 비누판매 수익금을 ‘장학금 지원’으로 이어가는 3단계 연결사업이었다.
비누 만들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아파트 마당에 주차해둔 차량을 이동시키고 작업했는데, 가성소다를 녹일 때 발생하는 냄새로 인해 인근 가구의 항의가 많았다.
입주자대표와 부녀회원들은 냄새, 차량 이동 관련 항의에 대해 일단 홍보가 부족한 탓으로 여기고 손수 만든 비누를 들고 해당 동 가구에 일일이 찾아가 나눠주며 ‘조금만 불편을 감수해 달라’ ‘좋은 일에 사용된다’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첫걸음을 떼고 나니 다음해부터는 의외로 참여하는 입주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민원을 제기했던 입주민이 직접 비누 만들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 공동체 의식을 더욱 함양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과 용기를 얻었다.
주민참여 행사와 관련해 ‘적극적 동참’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조금씩 참아주는 것’도 훌륭한 참여방법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도 이때였다.
반대하는 입주민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적극적 참여와 실천도 좋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수인해 주는 이른바 ‘소극적 부작위’의 방법으로도 공동체 활동에 큰 기여가 된다”고 설득해 낼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공동체 행사 기획단계부터 일부 몇 명만 활동하는 소위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고 말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많은 입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뒀다. 아무리 동기가 좋고 목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참여하는 사람이 적으면 효과가 미미할뿐더러 지속가능한 동력이 상실되는 것이기에 ‘어떻게 하면 주민참여를 극대화하는가’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함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입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소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재활용품 판매수익금 운용 등 선한 사업일수록 내역이 투명해야 하며 누가 보더라도 집행내역이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집행내역은 철저히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왔다. 또한 사업 시행 후에도 사업에 대한 자체평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 비누 만들기

공동체 활동의 역사와 결실

매월 1회 아파트 주변 ‘단지 대청소 행사’를 비롯해 연말연시에는 이웃마을 어르신들까지 함께 ▲떡국 나누기 행사 ▲비누 만들기 행사 ▲아나바다 장터행사 ▲장학금 지원사업 ▲주민화합잔치 등을 10년 넘도록 이어오고 있다.
또한 층간소음 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현대아파트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상설 운용하고 있다.
한편 2016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아파트 주차장 무료개방 사업’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파트와 담장을 사이에 둔 양주동주민센터에는 평소 방문객, 민원인과 문화·복지프로그램 이용자들로 인해 주차장이 협소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낮 동안 아파트 주차장 무료개방을 추진했는데, 당시 적지 않은 입주민들이 주차불편과 보안문제 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설득과 이해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입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사업의 긍정적 취지와 성과는 타 지역으로도 전파돼 지난해에는 ‘양산시 이웃사랑 행복공동체 사업’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3,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 왼쪽부터 입대의 강명구 회장, 김길자 부녀회장, 김정숙 통장, 최기준 시설과장, 이송미 서무주임, 이수선 경리주임, 박성 전기주임, 김병욱 시설계장, 이병언 관리소장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근속 비결 ‘배려의 공동체’

이병언 관리사무소장이 이 아파트에 부임한 것은 약 3년 전. 처음 이 단지에 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파트 내 자생단체와 입대의 간 크고 작은 각종 공동체 활동이 장기간 이어져 온 것이었다. 
이 소장은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돼 입주민·관리사무소 직원 간 이해와 신뢰가 돈독해진 덕분에 관리직원들의 근속연수가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5년에 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대의 지원 아래 자생단체가 합심하는 사업마다 슬기롭게 헤쳐 온 흔적이 아파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근 타 아파트가 부러워할 정도로 주민공동체 활성화사업의 명맥이 잘 유지돼오고 있는 증거였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장기근속하며 입대의와 자생단체의 공동체사업에 적극적인 지원군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입대의와 자생단체를 비롯해 입주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를 돕는 모습을 늘 옆에서 봐왔기 때문이리라.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친절’에서부터

이팝나무, 하얀 꽃밥이 푸른 잎을 감싸 온통 하얘진 꽃나무가 아파트 단지를 장식하고 있다. 어버이날 행사 준비를 위해 입대의 회장과 부녀회장, 통장, 관리사무소장 등 살림꾼들이 5월 초 관리사무소에 모였다. 회의도 하고 함께 사진촬영도 했다.
입대의 강명구 회장은 입주민과의 화합을 늘 강조해 왔다. 이 덕분에 관리사무소는 밝은 분위기에 웃음과 활기가 넘쳐난다. 장기근속 직원 특유의 능숙한 업무처리는 입주민들로 하여금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소장은 ‘남보다 나은 기술은 친절에 있다’는 근무철학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사람 됨됨이가 제대로 돼있지 않으면 인간관계에 부딪혀 훌륭한 기술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지론이다. 시설물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항상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업무 특성을 가진 시설직원들에게도 늘 ‘친절한 태도’를 강조한다.
이렇게 양산 신도시 현대아파트에서는 너, 나, 우리 모두가 함께 이뤄낸 공동체 안에서 넘쳐나는 정을 듬뿍 나누며 정겹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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