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관 변호사의 쉽게 푼 노동법 판례 해설 (5)

1. 사실관계

관리사무소장 A씨는 2014년 1월경 관리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1년간 속초시 소재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를 마쳤고, 2015년 1월부터는 동해시 소재 아파트에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근무를 하게 됐다.
그런데 2015년 6월경 관리회사는 A소장에게 ‘입대의의 결과에 의해 6월 말로 해임한다’는 내용의 해고예고 통보를 했고, 이에 A소장은 후임 소장에게 업무를 인계했으며, 관리회사는 6월 말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A소장에게 지급했다.
그후 A소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결국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다.
다만 중노위는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으므로 관리회사는 A소장에게 원직복직에 갈음해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2. 관리회사의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의 소 제기

관리회사는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대해 불복하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서울행정법원은 다시 중노위 재심 판정 당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으므로 A소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구제이익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2016. 11. 3. 선고 2016구합2779 판결)

3. A소장의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 제기
A소장은 해고무효 확인과 함께 계약기간 동안 계속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①A소장이 관리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소장 교체 요구, 입주민의 불신임 등 관리사무소 규정에 따른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입사 취소 또는 징계해고 등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던 점 ②관리회사의 대표자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2015. 6. 30.까지만 근무하라’는 말을 듣고 ‘알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한 점 ③후임 소장에게 특별한 마찰 없이 업무인수인계를 한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하면서 A소장이 관리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퇴사를 한 것으로 봐 A소장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4. 항소심에서는 부당해고로 판단

가. 쟁점 1 -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수령한 점만으로 근로자가 해고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명시적인 이의 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도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했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등)
본 사안의 항소심도 A소장이 퇴직금 수령일인 2015. 7. 27.로부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5. 8. 20.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점과 A소장이 다른 현장이나 본사에게 근무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진술하는 등 계속 근로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단지 이의 유보 없이 퇴직금 상당의 금원을 수령했다는 것만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나. 쟁점 2 –서약서의 효력

관리회사는 A소장이 ‘입대의의 관리소장 교체 요구(불신임)가 있을 경우 징계해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작성했음을 들어서 A소장은 징계해고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하면 입대의는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인사·노무관리에 부당하게 간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서약서는 구체적 분쟁에 관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 관리회사에 입사한 관리소장의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권을 사전적·포괄적으로 박탈하는 내용인 점 등을 종합했을 때, 이 서약서의 규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를 형해화하는 약정으로서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18. 3. 21. 선고 2017나1658 판결)

정  리

항소심 법원은 A소장이 해고가 없었다면 받을 수 있었던 1,800만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되 변론종결 당시 이미 정년이 지나 더 이상 근로자로서의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해고무효의 확인청구는 각하한다는 판결을 선고했고, 이에 관리회사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따라서 아직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사용자의 해고에 대해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이의 유보 없이 수령했더라도 해고를 받아들인다는 의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근로자의 부당해고에 관한 구제신청권을 사전적・포괄적으로 포기하는 취지의 서약은 효력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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