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나다

걸으며 맛 따라 ‘서산 기행’ 이성영l승인2018.05.04 15:15:17l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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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기방 가옥’을 걸으며

황사와 미세먼지 속에 꽃이 피고 진다. 
비가 오며 바람은 마지막 꽃잎들을 쓸고 지나간다. 사방에 노란 꽃망울 펼쳐놓은 민들레는 성급히 씨앗들을 날린다. 
꽃구경도 짧은 봄날이 갔다. 창문을 열면 따가운 햇살에 부서지는 초록의 나뭇잎들. 철이 가는지도 모르다 숲을 보면 계절과 계절의 사이에 채워지는 나뭇잎의 색채를 보고 이제야 어디쯤인줄 안다. 서해로 차를 몰아본다. 부담 없이 목표를 정하지 않고 가고 싶은 정도만 가다 머물러도 좋을 듯. 이왕이면 바다도 보고 산도 만나보자. 

 

서산의 아라메길로 들어선다. 아라메길은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서산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이다. ‘아라메’는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지역의 특색을 트레킹코스로 만들었다. 
문화와 역사가 자연과 만나는 길이다. 

 

▲ 바다와 산을 만나다. 서산 아라메길

발걸음이 처음 가는 곳이 시작점이고 

백제시대 혜성군(현 당진군 면천지방)의 영현(領縣)이자 여촌현(餘村縣)이던 현 운산면에는 문화와 역사가 자연과 함께 공존한다. 유기방 가옥, 유상묵 가옥, 용현계곡, 마애여래삼존불상, 개심사로 이어지는 길은 전통가옥과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다. 

서산의 문화재를 둘러보는 ‘아라메길’ 제1코스의 첫 번째 답사지가 서산 유기방 가옥이다. 유기방 가옥은 1900년대 초에 건립됐으며 2005년 10월 31일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지금은 유기방의 아들 내외가 거주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담장과 가옥 배치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유상묵 가옥(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2호), 유기정 가옥과 일가를 이루고 있다. 유기방 가옥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리게 된 연유로는 가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선화가 한몫을 했다. 가옥 뒤편 야산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 아래까지 노란 수선화로 봄날 여행자들의 마음을 머물게 한다. ‘네가 물가에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는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의 구절이 무색하리만치 무더기로 피어 반긴다. 
수선화의 꽃말은 고결, 신비, 자기애와 자존심이다.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 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다. 유기방 가옥에서 수선화 길을 따라 정자로 가는 길목엔 보호수인 340년 된 여미리 비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 용비지 저수지 입구 / 서산목장을 담다

비자나무는 처음 이 마을에 정착한 이창주의 증손인 이택(1651~1719)이 1675년 현직에 있을 때 제주도의 비자나무를 흙과 같이 가져와 심었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용현2리 강당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미륵불이 있다. 미륵불은 강댕이로 진입하는 입구에 세워져 있어 강댕이미륵불로 불린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로 통하는 중국 사신들이 오가는 통로에 세워졌다고 하기도 하며 보원사를 수호하는 비보장승이었다고 하기도 한다. 
용현자연휴양림이 있는 용현계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길에서는 상쾌하고 맑은 공기가 도보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가야산 자락에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있으며 인근의 예산 화정리 석조사방불상과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 서산, 예산, 태안지역은 백제시대 지방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백제인의 미소’라는 국보 제84호 마애여래삼존불상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져 빛과의 조화를 이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봄날이다. 운산 용현리의 저수지인 용비지는 서산목장 야산에 흐드러진 벚꽃이 물에 비친 봄빛의 절정을 수채화로 담아내며 알음알음 유명세를 떨쳤다. 
종축 한우의 안전을 위해 방재복을 입은 직원들이 출입을 막고 있지만 사진 출사자들의 이른 아침 찾아드는 극성까지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구릉의 초지들이 이국적인 서산목장을 지나면 충남 4대 사찰의 한 곳인 개심사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절이지만 아름답고 운치가 있어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한국의 꾸밈없는 소박한 아름다움. 종무소가 있는 개심사 심검당 건물

개심사의 ‘개심(開心)’은 마음을 열어 깨달음을 얻으라는 의미며, 백제 때 지어진 사찰로 전해지고 있다. 절 앞에 연못을 배치하고 나무다리를 놓아 주변의 배롱나무 연분홍 꽃잎이 연못에 떨어지는 계절이면 세속의 일들이야 훌훌 털어버릴 듯하다. 작은 연못은 경내로 들어서는 계단과 종각이 어울려 개심사 특유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봄이면 자두나무와 벚꽃이 피고 이어서 늦은 봄 다시 겹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일반 벚꽃의 꽃잎이 홑잎으로 나뭇가지에 하나하나 붙어 있는 반면 개심사 겹벚꽃은 꽃잎이 5월 초순까지 겹으로 핀다. 

▲ 황금산 코끼리바위

멈추는 곳이 종점이다

개심사엔 겹벚꽃 말고도 꽃잎이 연한 녹두색을 띠는 청벚꽃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종무소가 있는 심검당의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목재들은 꾸밈없는 한국의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손꼽을 만하다. 
서산 일원은 사철 다양한 미식거리가 풍성하다. 봄이면 서산 사람들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봄 우럭을 햇살에 꾸들꾸들하게 말렸다가 토막 내 끓인 우럭젓국을 즐겨 먹는다. 3월부터 보리가 익어가는 오뉴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또한 이맘때면 충남 당진·석문면 장고항 일대에서 실치축제 행사가 펼쳐진다. 실치는 베도라치의 치어다. 흔히 실치를 뱅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며 흰베도라치와 연어목의 뱅어과 어류인 뱅어와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겨울에 알을 낳고 이때쯤 알에서 깨어난다. 실치는 6월 말까지 잡히지만 5월 중순이 넘으면 뼈가 굵어져 제맛을 잃기 때문에 회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이 5월 중순 이전이다. 이제는 태안, 서천까지 실치가 내려간다고 한다. 서산 삼길포항도 이때 실치회를 맛볼 수 있다. 
토속음식인 게국지와 밀국낙지탕, 간월도의 서산 어리굴젓과 영양굴밥은 봄철의 미각을 살려준다.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494억원을 들여 해미면 전천리와 인지면 모월리까지 13.96㎞를 잇는 자전거 도로와 연계되는 코스로 간월호 관광도로가 올 6월이면 개통돼 서해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줄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바다를 접한 삼길포항과 황금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곳에 지어진 절집 간월암을 만나며 팔봉산의 빼어난 비경에도 취해본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깃든 해미읍성과 현대의 서산 한우목장 등 서산의 9경들을 둘러봐도 좋다.

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이성영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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