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63>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나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재주도 쓸데가 있다는 것은 비용의 효율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고용과 연금이 보장된 공무원이 되고자 공시족이 된 지 오래지만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지방공무원은 주민센터에서 루틴화된 업무나 주민들과 접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돕는 조직은 통·이장들입니다. 

1. 각자 잘하는 일을 하자
왕조시대에는 하늘을 대신해 다스린다는 천자(天子)의 개념이 지배했으나 주권재민의 주장이 대두돼 지금은 공화제(Republic)로 정착됐습니다. 수령의 절대 권력을 세습하는 북한도 말로는 인민공화국이라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사적재산 소유의 자유와 천부인권의 평등 및 인종·종교·국적 등을 초월한 인간애인 박애(philanthropy)를 혁명정신으로 했는데 그 후 보수주의자는 자유를, 진보는 평등을 우선시하는 이념으로 인해 보수는 자본주의로 진보는 사회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각자의 이념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냉전시대를 낳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절대적 이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공화정하에서는 다양한 인격의 확장 제도가 발생했는데 바로 ‘대리’ 제도의 정착입니다. 사람의 인권과 인격은 평등하지만 능력은 같지도 않고  평등하지도 않으므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대리를 시키는 것이지요. 이제 일선 행정기관의 권력적 업무가 아닌 일상적인 일이나 편의를 돕는 일들은 과감하게 아웃소싱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 관리조직이 할 수 있는 일
지방의 이(里)와 도시의 통(統)은 가구수와 행정구역의 면적을 감안해 설치하는데 서울시의 2015년 통계를 보면 378만4,490가구 중 아파트는 163만6,896가구고 통장은 1만2,604명으로 대략 300가구를 기준으로 아파트에는 약 6,000명의 통장이 있고 통장에게는 월 20만원의 수당과 연 200%의 명절상여금, 매월 2회 2만원씩의 회의수당, 성적 우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합니다. 통장이 주로 하는 일은 동 행정 홍보, 각종 실태조사, 주민의 여론 전달 등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업무를 하는데 이런 일은 오히려 관리사무소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통장들이 관리사무소에 거주사실 확인을 요청하거나 게시판, 승강기에 홍보자료 부착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고 관리사무소에서 노약자나 가구 전유부분의 불편함을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주민의 형편도 잘 알게 되니 복지에도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3. 관리사무소는 준비가 돼 있다
요즘 주민등록등·초본, 토지(임야)대장, 개별공시지가확인원, 집합건물 대지권 등록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증명, 의료급여증명, 병적증명서, 건축물관리대장,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국세납세증명원 등 다양한 민원서류를 무인민원발급기로 발급받을 수 있으니 관리사무소 내에 발급기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의 통장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소요되는 예산만 연간180억원 정도가 필요하므로 아파트에 설치할 무인 민원발급기 가격을 따질 문제도 아닙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관리사무소에 통장의 업무를 위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요? 관리사무소가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하게 되면 입주민과의 접촉 기회가 많아지고, 지자체는 관리비 예산지원, 아파트 장수명(長壽命)관리 실현, 지자체와의 소통을 통한 관리업무 발전 등 단순히 관리사무소의 주민센터 업무 대행으로 업무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요?(물론 통장조직을 선거 등 행정업무 보조 이외의 곳에 이용하려는 사람이나 현직 통장들은 싫어할지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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