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에 가다
일본 에히메현(愛媛県)의 마쓰야마(松山)에는 명작(名作)의 숨결이 가득하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는 마쓰야마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한 경험과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버무려 그의 대표작인 ‘봇짱(坊っちゃん)’을 완성했다. 소설에는 메이지 시대의 마쓰야마 거리와 군상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10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봇짱’은 그 시대의 향기를 마쓰야마에 진하게 남겨뒀다. 

 

#3000년 역사의 도고온천(道後温泉)
소설 ‘봇짱’의 주인공은 매일 빨간 수건을 들고 도고온천에 간다. 그리고는 마쓰야마를 두고 “무엇을 보아도 도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온천만은 훌륭하다”고 말한다. 300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인 ‘도고온천’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도고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때는 1894년 현재의 도고온천 본관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삼층 누각 건물인 도고온천 본관은 공중목욕탕으로는 처음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도고온천에는 카미노유(神の湯)와 타마노유(霊の湯) 두 종류의 욕탕이 있고, 온천욕을 마친 뒤 다과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4가지 온천욕 코스가 있다. 고급 코스를 선택하면 소설을 지은 나쓰메 소세키가 자주 휴식을 취하던 객실인 ‘봇짱의 방(坊ちゃんの間)’과 메이지 32년(1889년)에 지어진 황족 전용 욕실 ‘유신덴(又新殿)’을 관람할 수 있다. 오래된 온천이기에 시설은 조금 낡았지만 분위기와 수질만큼은 최고다.  
도고온천 본관에서 도고온천역까지는 토산품점과 음식점이 촘촘하게 들어선 쇼핑거리가 이어진다. ‘봇짱’의 주인공이 즐겨 먹었다는 ‘봇짱 경단(坊っちゃん団子)’과 에히메 현 특산품인 귤 제품은 가장 인기 있는 간식거리다. 쇼핑거리가 끝나는 호조엔 광장에는 도고온천 본관의 신로각을 모티브로 한 ‘봇짱 라카쿠리 시계탑(坊っちゃんカラクリ時計)’이 있다. 도고온천 본관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시계에서는 매시 정각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봇짱’의 등장인물 인형이 나와 낯선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긴다. 바로 옆에는 무료 족욕탕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성냥갑을 닮은 객차, 봇짱 열차
성냥갑을 닮은 ‘봇짱 열차(坊っちゃん列車)’가 시내 한복판을 지날 때면 오래된 소설책 속 한 장면을 마주하는 것 같다. 뭐가 그리 바쁜지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달리는 기차는 소설에 쓰여진 100여 년의 어느 날처럼 도고온천역에 도착해서야 잠시 숨을 돌린다. 
‘봇짱 열차’는 1888년부터 1954년까지 마쓰야마 시내를 달렸던 증기 열차를 2001년 디젤 엔진 열차로 복원한 것으로 ‘봇짱’의 주인공이 매일 하숙집에서 도고온천까지 이 열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봇짱 열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짙은 녹색의 옛 열차가 푸른 연기를 내뿜으며 마쓰야마 시내 곳곳을 누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차표는 물론이고 승무원의 유니폼까지 그대로 재현해서 더 멋스럽다. 

#마쓰야마의 랜드마크 ‘마쓰야마성’
도고온천에서 ‘봇짱 열차’로 10분 거리에 마쓰야마성이 있다. 약 4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쓰야마성(松山城)은 전통적인 일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다. 
해발 132m인 가쓰야마 산 정상에 위치한 마쓰야마성은 전국시대 무장인 가토 요시아키(加藤嘉明)가 1602년부터 25년에 걸쳐 지은 것으로 히메지성(姫路城), 와카야마성(和歌山城)과 함께 일본 3대 평산성(平山城)으로 손꼽힌다. 
평산성은 평야의 중앙에 있는 산에 축성된 성을 말한다. 축성 당시 5층이었던 천수각(天守閣)은 17세기에도 막부의 명에 의해 3층으로 개축됐고, 이후 화재로 소실됐다가 1854년에 재건됐다. 
마쓰야마성까지는 도보, 케이블카, 체어리프트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거나 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1인용 체어리프트를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는 의자에 앉아 공중에서 봉 하나에 의지해 올라가는 리프트는 타는 것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둥둥 떠가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의자에 앉으면 예상 외로 안정적이다. 
마쓰야마성에서는 아차 하는 순간 동선이 꼬여버리곤 한다. 적의 침입을 대비해 일부러 길을 헷갈리게 만든 탓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쓰야마성은 축성된 이래 단 한 번도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천수각 3층에 오르면 마쓰야마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시즈치 산맥(石鎚山脈)부터 세토 내해(瀬戸内海)까지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다.

여행정보

☞마쓰야마 공식 관광=http://ko.matsuyama-sightseeing.com
☞항공=제주항공에서 인천~마쓰야마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 
☞시내 교통= 마쓰야마 시내를 운행하는 노면 전차 이요테츠 1일 무제한 이용권을 이용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일반 전차 1일 대인 600엔, 소인 300엔. 봇짱열차 1회 편도 800엔
☞올 시코쿠 레일 패스(All Shikoku Rail Pass)=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교통 패스로 시코쿠 전역을 연결하는 6개 철도 노선과 마쓰야마 시내 전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올 시코쿠 레일 패스 소지자와 여권을 지참한 외국인 관광객은 다카시마야 백화점 내 관람차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채 영  여행객원기자 
여행비밀노트(http://chae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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