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61>

 

 

깊이가 정해져 있는 물속은 아무리 깊어도 알 수 있고 산이 아무리 높아도 높이를 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형체도 없고 정해져 있지 않으니 그 속을 알 수 없습니다. 언제 달라질지 모르는 사람끼리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은 피차 힘든 것이니까요.

1. 왜 겉과 속이 다를까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습니다. 힘을 겨뤄서 지면 복종하고 이기면 종족 보호의 책임을 지면서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것도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려는 암컷의 욕심이지 수컷의 생각이 아닙니다. 결국 약한 동물도 강자에게 덤비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갑니다. 사람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사냥을 해 오면 여자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고기를 나눠 주고 다툼 없이 살아야 동물이나 다른 종족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으니 겉과 속이 다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을 저장해 두고 살기 시작하면서 창고의 크기가 달라지니 비교하고 질투하고 욕심을 부리게 됐는데, 문제는 힘과 욕심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힘이 부족하니 앞에서는 복종하고 속으로는 승복하지 못하는 면종복배(面從腹背) 현상이 발생하고 힘이 있어도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 부드러운 척 하면서 뒤에서는 제 욕심을 채우는(羊頭狗肉)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겉과 속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2. 전쟁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다(兵不厭詐)
후한(後漢)의 우후(虞詡)전에 보면, 상대방보다 약하면서 승리하려면 적이 나를 깔보게 하거나 나를 강한 것처럼 보여서 겁을 먹게 하거나 어떤 속임수를 써서라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병불염사(兵不厭詐)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아닌 사람 사이에서는  신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믿지 못하면 상대방의 태도나 말을 항상 해석해야 하고 의심해 봐야 하니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단지의 입대의 회장이 관리사무소장에게 회사의 ‘본부장이 요즘 바쁘냐’고 묻습니다. 본부장은 ‘최근에 뭔가 입대의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이 식사자리에서 만나, 본부장이 먼저 “소장님 지난번 이러이러한 일은 이렇게 했어야죠”라고 짐짓 야단을 치자 입대의 회장은 앞으로는 잘 하라고 하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만약 본부장의 동정을 묻는 입대의 회장의 말을 잘못 이해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모든 말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 표현도 너무 다양합니다. 특히 남을 속이려는 생각이 있으면 더 알아차리기 힘드니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3. 욕심을 버려야 사람 속이 보인다
이솝 우화를 보면 욕심 많고 사기꾼 기질을 가진 사람이 성실하고 근면하며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들을 속이면 편하게 욕심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지금처럼 우직하게 일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저 사람이 어떻게 머리를 쓰는지 보자며 열심히 제 할 일만 하고 있으니 사기꾼은 제풀에 지치고 힘이 들어 정자에서 머리부터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이제 저 사람이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지켜보고, 확인하고,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사기 백과사전을 보면, 상대방이 욕심이 없으면 사기는 통하지 않고, 사기꾼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욕심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욕심을 내도록 해서라도 접근하는 것이 사기의 첫 번째이자 최고의 성공요소라고 합니다. 결국 내 욕심을 버려야 다른 사람의 속이 보인다는 것이지요. 겉 다르고 속 다른 것은 사람이지, 산이나 물이 아닙니다.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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